'마린 보이' 박태환(20 · 단국대)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탈락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2007년),베이징올림픽대회(2008년)까지 이어진 자유형 400m 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박태환은 26일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 야외 수영장에서 열린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예선 10조에서 3분46초04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세운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아시아 최고 기록인 3분41초86에 훨씬 모자라는 저조한 기록이었다. 이에 따라 출전 선수 90명 중 전체 12위에 머물며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예선 9조에 나선 비더반(독일)이 3분43초01로 최고 기록을 세웠고 '중국의 기대주' 장린(3분43초58),'장거리 스타' 우사마 멜룰리(튀니지 · 3분43초78) 등이 결승에 진출했다.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던 박태환은 대회 2회 연속 우승 꿈을 접었다. 이날 초반 4~5위권에서 경기를 펼친 박태환은 주 무기인 막판 스퍼트도 예전만 못했다. 출발은 0.68초 만에 이뤄졌고 50m도 26.53초 만에 돌아 비교적 순탄했지만 줄곧 50m 주파 시간이 28초대 중 · 후반으로 속도가 나지 않은 게 결승 진출에 실패한 요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지난 1월과 4월 미국 USC(남가주)대학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구력 강화 훈련을 했고 태릉선수촌에서 스피드를 끌어올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중위권에서 맴돌다 350m를 앞두고 선두 추격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박태환은 "초반부터 치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페이스 조절에 서툴렀다"며 "기술적으로 턴 동작을 배우는 등 훈련량은 많았지만 실전에 활용하는 게 부족했다"고 말했다.

주 종목인 400m보다는 장거리인 1500m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위험한 도전(?)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회가 야외 수영장에서 치러진 점을 들어 '야외수영장 징크스'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태환과 야외수영장의 악연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태환은 당시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다.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장드라포공원 야외수영장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는 42위(4분04초75)에 그쳤다.

한편 박태환은 27일 오후 4시 자유형 200m 예선과 8월1일 오후 4시 자유형 1500m 예선에도 출전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