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탄생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2000년 '하나로통신배 스타리그'를 시작으로 올해 열린 '박카스 스타리그'에 이르기까지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진행돼 온 스타 리그에만 460만명의 관중이 몰렸다. 임요환,홍진호,박정석 등 프로 게이머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 대접을 받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가 주도해 온 e스포츠는 최근 몇 년 새 다변화되는 추세다. 다양한 장르의 국산 온라인게임들이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게임의 마케팅 수단으로 e스포츠가 각광받으며 저변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국산 게임,e스포츠 종목으로 인기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스타크래프트'로 시작된 e스포츠 종목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등록된 공인 종목은 25개에 이른다. 양적으로는 국산 게임의 입지가 크게 확대됐다. 스타크래프트,피파온라인(미국 일렉트로닉아츠),카운트 스트라이크(미국 시에라스튜디오),철권(일본 남코),위닝일레븐(일본 코나미),워크래프트3(블리자드) 등 6개를 제외한 19개 게임이 국산 게임들이다.

스타크래프트로 시작된 e스포츠의 열풍을 국산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아발론 온라인'이 잇고 있다. 국내 게임개발사 모본이 개발하고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이 게임은 RTS 특유의 전략성과 정교한 컨트롤 기능에 온라인게임 특유의 '캐릭터 육성'과 팀원 간 '역할 분담' 요소를 더했다. 지난 5월 e스포츠 공식 종목으로 선정돼 최근 '파워에이드 아발론리그'를 성황리에 열었다. 첫 대회였는데도 케이블 게임방송과 인터넷방송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팀별로 5명의 선수가 서로 협동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상대팀과 경쟁하는 방식인 것도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끈 이유로 꼽힌다. 대개의 e스포츠 종목은 팀별로 1명씩 나와 승패를 가르는 방식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도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액션 MMORPG인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가 돋보인다. 1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 게임은 2007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여섯 차례에 걸쳐 '던전앤파이터 리그'가 열렸다. 지난 2월 말에 끝난 5차 리그는 한국 게임 리그의 위상을 보여준 대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블방송 온게임넷으로 중계된 결승전 시청률은 2%(10대 남성 기준)를 기록했다. 지상파방송을 포함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 기록이다. '던전앤파이터'는 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FPS게임과는 달리 10대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데다 겨울방학 시즌에 열려 시청률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메이드의 MMORPG '창천 온라인'도 e스포츠 종목으로 안착했다. '삼국지'를 세계관으로 한 호쾌한 액션과 대규모 국경전이 특징인데 e스포츠에 특화된 각종 시스템을 따로 만들었다.

◆총싸움게임(FPS),e스포츠로 각광


최근 e스포츠 종목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게임 장르는 총싸움 게임(FPS)이다. 게임하이의 '서든어택',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레드덕의 '아바(A.V.A)',버티고우게임즈의 '블랙샷' 등 4개 게임이 공인 종목에 올라 있다.

국내 최고 인기 FPS 게임인 '서든어택'은 e스포츠에서도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서든어택 슈퍼리그'가 치러졌는데 관중몰이에도 성공하고 있어서다. 지난 5월 서울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이 찾아와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대 인기 e스포츠인 스타리그 4강전보다 더 많은 관중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열혈 팬들이 많다는 얘기다.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로 국산 게임으로는 처음 팀 간 대항전인 '프로 리그'를 출범시켰다. 2007년부터 여덟 차례에 걸쳐 스페셜포스 게임대회를 운영하다가 올해부터 게임 방식을 바꿨다. 스타크래프트처럼 프로 팀 간 우승을 다투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지난 4월 개막한 '생각대로T SF 프로리그 2009 1st' 대회에는 SK텔레콤의 'T1',STX의 '소울',MBC게임의 '히어로플러스' 등 5개 프로 게임단이 스페셜포스팀을 꾸려 참가했다. 이들 게임단은 스타크래프트팀을 운영해 오던 곳들이다.

◆바둑의 진화 '바투' 인기몰이


4000년 역사를 지닌 바둑을 변형해 만든 두뇌전략 게임 바투가 뜨고 있다. 조훈현 이창호 등 국수들이 바투 경기에 나서면서 대중성도 확보했다. 작년 12월 말 서비스 개시에 맞춰 열렸던 '바투 인비테이셔널' 대회에는 조훈현 등 한 · 중 프로 기사 10명이 참가했으며 경기마다 수백 명의 관중이 몰렸다. 관중도 어린이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e스포츠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첨병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대회 상금도 기존 게임대회와는 차별화된다. 지난 5월 말부터 열리고 있는 '월드 바투 리그'의 총상금은 12억원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리그인 스타 리그의 상금이 3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규모 면에서 바투 리그가 압도적이다.

반응도 뜨겁다. 지난 6월 한 달간 열린 온라인 예선에는 6158명이 참가해 무려 27만회가 넘는 경기가 치러졌다. 오프라인 예선 진출자 144명 가운데 한 · 중 프로 바둑기사는 42명이나 된다. 미국 리투아니아 러시아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뉴질랜드 필리핀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참가해 글로벌 게임대회의 면모도 과시했다.

바투를 개발한 이플레이온은 월드 바투 리그를 한 · 중 · 일을 잇는 글로벌 e스포츠로 키울 계획이다. 바투 서비스 지역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게임방송채널 온게임넷의 박창현 제작국장은 "바투를 비롯 서든어택,스페셜포스,던전앤파이터 등 토종 한국 게임 리그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e스포츠가 스타크래프트 일변도에서 벗어나 저변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