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지원법에 의해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경제교육협회가 최근 출범식을 겸한 비전선포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9일 열린 비전선포식에는 500여명의 경제 관련 인사들이 참가해 협회의 출범을 축하하고 향후 활동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협회는 앞으로 민간 기관과 제휴해 경제교육을 함께 진행하거나 민간의 경제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기관들로서는 큰 원군을 얻는 셈이다.

하지만 경제교육의 현장을 살펴보면 잘될 거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여러 기관에서 '경제교육'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으나 금융상품을 선전하거나 재테크와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도 많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경제이해력을 높여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의 사회 인프라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가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친다면서 내놓은 '꿈꾸는 투자교실'은 증권투자 홍보물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이 자료 중 '부자들의 경제학'편은 월급을 받고 사는 보통 사람들을 아예 바보로까지 취급하면서 투자자와 사업가를 치켜세운다. 고용주를 위해 일하고,열심히 대출이자를 갚으면서 은행을 위해 일하는 '평생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직장인 공무원 같은 보통 사람들이다. '꿈꾸는 투자교실'은 최근까지 전국 초등학교와 교육단체 등에 수만부 배포됐다고 한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이 청소년 경제교육용이라며 내놓은 '펀드야! 방가방가^^'는 펀드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재단은 1990년대 부실 투신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투신안정기금의 잉여금 400여억원으로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재단측은 금융상품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경제 금융시장의 기본흐름을 가르친다고 밝히고 있으나 경제기초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에게 펀드 교육을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경데스크] 엉터리 경제교육 많다
경제교육이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를 경제교육 가이드라인에 명문화시켜 놓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 시카고대 교수나 토빈 예일대 교수는 국민들이 입후보자를 뽑는 투표권자로서,소비자로서,근로자로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경제교육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경제문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문제는 이들의 경제지식이 낮은 상태에서 올바른 여론이 형성될 수 없고 나라 전체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점이다. '(Journal of Economic Education)

물론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새로운 금융상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과거보다 금융교육이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을 가르치더라도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신용부실자가 되지 않도록,자산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위험과 수익률의 관계를 이해시키는 것이 경제교육기관들이 할 일이다.

투자를 권유하거나 상품을 소개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말하는 경제교육에 해당하지 않는다. 재테크 기술이나 가르치는 사이비 금융 교육 단체는 이번 기회에 아예 정비하는 것이 옳다. 회비가 이중 삼중으로 나간다는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불만도 들리고 있다.

박주병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