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절도범을 처벌할 때에는 나무를 옮긴 시점이 아닌 캐낸 시점에 절도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27일 낮에 야산의 소나무를 캐낸 뒤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오후 8시30분께 나무를 실어 훔쳐갔다 기소된 정모씨(49) 등 2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위반죄를 적용,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정씨 등은 작년 5월 경북 영천 소재 한 야산에서 모 종중 소유인 시가 360만원 상당 100년생 소나무를 캐내 절취한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은 그러나 "정씨 등은 오전 10시30분부터 삽과 톱을 이용해 적송(소나무)을 캐냈는데 캐낸 시점에 이미 적송에 대한 점유가 침해돼 절취행위는 완성된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캐낸 적송을 화물차에 적재함으로써 절취행위가 완성됐다고 본 원심은 입목절도의 범죄 성립 시기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산에서 야간에 나무를 훔친 경우 산림자원조성관리법에 의한 처벌과는 별도로 특가법의 적용을 받아 가중처벌되는 점을 감안,절취 시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