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지진해일)를 다룬 한국판 재난영화 '해운대'가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정상을 차지했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22일 개봉된 '해운대'가 닷새 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고 27일 밝혔다. 한 주 앞서 개봉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지난 주말 32만9000명을 추가해 누적관객 240만명을 기록했다.

'해운대'에 관객이 몰리는 것은 쓰나미 장면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잘 처리된 데다 이야기의 대부분을 끌어가는 유머가 재미를 배가시켜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해운대 상가번영회 회장 만식(설경구)이 연희(하지원)의 무허가 횟집 영업을 보호해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2004년 인도양에서 연희 아버지가 쓰나미로 사망할 당시 함께 배를 탔던 만식은 늘 죄책감에 시달려왔다.

두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만식의 동생이자 해양구조대원 형식(이민기)과 해운대에 놀러온 철부지 삼수생 희미(강예원),해운대에서 재회한 지질학자 김휘(박중훈)와 그의 전처 이유진(엄정화)의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120분간의 상영 시간 가운데 재난의 공포를 형상화한 마지막 30분을 제외한 90분이 유머코드로 채워져 있다.

술에 취해 자다가 깬 만식이 숙취를 벗어나기 위해 1회용 샴푸를 '겔포스'로 오인하고 복용한 뒤 입에 거품을 물때 관객들은 웃음보를 터뜨린다. 야구장에서는 빨대로 소주를 마시다 취기를 못 이기고 그라운드에 내려가 롯데자이언츠 4번 타자 이대호에게 연신 이죽댄다. 이빨에 실을 연결한 뒤 아이의 이마를 쳐 뒤로 나뒹구는 동안 이를 뽑는 장면도 관객들의 얼굴을 활짝 펴준다. 20~30년 전만해도 서민들이 널리 애용했던 '이뽑기' 방식이 새삼 향수를 불러온다.

구조 장면도 유머로 포장돼 있다. 희미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구명대원이 던진 튜브에 머리를 맞고 기절한다. 또한 구조하려는 형식에게 매달려 함께 익사할 상황이 벌어지자 형식은 희미를 또 한차례 때려 실신시킨다. 날건달 오동춘(김인권)의 감초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등장인물들의 투박한 사투리는 화면에 온기를 북돋워준다.

종반부 지진해일 CG는 현장감을 더해준다. 쓰나미로 인해 거리의 자동차가 날아가고 간판이 떨어지며 건물이 붕괴된다. 또한 사람들이 내팽개쳐지거나 감전 당해 물에 둥둥 뜨는 모습은 공포와 서스펜스를 극대화한다. 윤제균 감독은 "CG의 공포에만 기댔더라면 재미가 반감됐을 것"이라며 "'해운대'는 쓰나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