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공룡 아르셀로미탈, 포스코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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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시장 불황 직격탄
M&A 승자의 저주
산하 제철소 모두 적자‥스테인리스 합작사 제안
M&A 승자의 저주
산하 제철소 모두 적자‥스테인리스 합작사 제안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 미탈이 아르셀로 대신 포스코를 적대적 M&A(인수 · 합병) 대상으로 선택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르셀로미탈은 한동안 철강업계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철강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아르셀로미탈에 극심한 성장통이 찾아온 것이다. 갑자기 몸을 불린 후유증이다. 아르셀로미탈의 문패를 단 전 세계 제철소들이 하나같이 적자를 냈고 적자폭도 경쟁사에 비해 훨씬 컸다.
궁지에 몰린 아르셀로미탈은 한때 '먹잇감'이었던 한국 등의 경쟁 회사에 구조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포스코에 스테인리스 부문 합작 회사를 세우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셀로미탈이 '공룡의 전철'을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너지는 공룡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7일 "아르셀로미탈이 자산가치 30억달러 규모의 스테인리스강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다른 철강업체와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한국의 포스코와 핀란드 철강회사 오토쿰푸가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아르셀로미탈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스테인리스 부문 합작 투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먹기만' 하던 아르셀로미탈이 '파는' 쪽으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아르셀로미탈은 지난 1분기(1~3월)에 10억6000만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밑지는 장사를 했다. 소폭이지만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포스코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철강 수요 부진으로 제품 가격이 급락하자 대규모 감산도 단행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미국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의 제철소에 있는 고로를 잇달아 멈춰 세웠다. 감산 규모만 1000만t에 달한다. 포스코 연간 조강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대규모 감산이다. 이로 인해 아르셀로미탈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든 221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내 후판 공장 등은 아예 영구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잇따랐다. 아르셀로미탈은 올해 전체 직원의 3%에 해당하는 9000명의 비생산직을 감원할 계획이다.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사무직원 1400명을 정리해고했고,미국 내 직원 16%도 집으로 돌려보냈다. 유동성 압박에 몰리자 지난 4월에는 증자 카드까지 빼들었다. 증자 규모는 30억달러.아르셀로미탈의 부채는 3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고된 수순?
아르셀로미탈이 구사한 기업 인수 전략의 기본은 '채산성이 없는 제철소를 싼 값에 산 뒤 최대한의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해 이익이 나는 회사로 바꾸고,이를 기반으로 금융을 일으켜 다른 제철소를 노리는 것'이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몸집을 불리는 데는 최적의 방안이었다.
그러나 이런 행보에는 구조적인 맹점이 있었다는 게 철강업계의 분석이다. 우선 세계 각국의 부실 철강기업을 인수한 탓에 대부분의 설비가 낡은 상태였다. 한국과 일본 등의 경쟁 회사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는 '강성 노조'라는 복병도 도사리고 있었다. 인건비와 복지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갔다. 이로 인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반면 아르셀로미탈은 20%를 웃돌았다.
제철소와 광산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탓에 물류비용도 많이 먹혔다. 제철소 내의 생산설비조차 한 곳에 모여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줄이 막힌 것도 아르셀로미탈의 숨통을 조인 요인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불황으로 성장한 아르셀로미탈이 불황으로 위기에 몰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며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포스코 입장에서는 아르셀로미탈과의 벌어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라고 말했다.
안재석/이미아 기자 yagoo@hankyung.com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철강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아르셀로미탈에 극심한 성장통이 찾아온 것이다. 갑자기 몸을 불린 후유증이다. 아르셀로미탈의 문패를 단 전 세계 제철소들이 하나같이 적자를 냈고 적자폭도 경쟁사에 비해 훨씬 컸다.
궁지에 몰린 아르셀로미탈은 한때 '먹잇감'이었던 한국 등의 경쟁 회사에 구조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포스코에 스테인리스 부문 합작 회사를 세우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셀로미탈이 '공룡의 전철'을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너지는 공룡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7일 "아르셀로미탈이 자산가치 30억달러 규모의 스테인리스강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다른 철강업체와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한국의 포스코와 핀란드 철강회사 오토쿰푸가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아르셀로미탈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스테인리스 부문 합작 투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먹기만' 하던 아르셀로미탈이 '파는' 쪽으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아르셀로미탈은 지난 1분기(1~3월)에 10억6000만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밑지는 장사를 했다. 소폭이지만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포스코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철강 수요 부진으로 제품 가격이 급락하자 대규모 감산도 단행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미국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의 제철소에 있는 고로를 잇달아 멈춰 세웠다. 감산 규모만 1000만t에 달한다. 포스코 연간 조강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대규모 감산이다. 이로 인해 아르셀로미탈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든 221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내 후판 공장 등은 아예 영구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잇따랐다. 아르셀로미탈은 올해 전체 직원의 3%에 해당하는 9000명의 비생산직을 감원할 계획이다.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사무직원 1400명을 정리해고했고,미국 내 직원 16%도 집으로 돌려보냈다. 유동성 압박에 몰리자 지난 4월에는 증자 카드까지 빼들었다. 증자 규모는 30억달러.아르셀로미탈의 부채는 3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고된 수순?
아르셀로미탈이 구사한 기업 인수 전략의 기본은 '채산성이 없는 제철소를 싼 값에 산 뒤 최대한의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해 이익이 나는 회사로 바꾸고,이를 기반으로 금융을 일으켜 다른 제철소를 노리는 것'이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몸집을 불리는 데는 최적의 방안이었다.
그러나 이런 행보에는 구조적인 맹점이 있었다는 게 철강업계의 분석이다. 우선 세계 각국의 부실 철강기업을 인수한 탓에 대부분의 설비가 낡은 상태였다. 한국과 일본 등의 경쟁 회사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는 '강성 노조'라는 복병도 도사리고 있었다. 인건비와 복지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갔다. 이로 인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반면 아르셀로미탈은 20%를 웃돌았다.
제철소와 광산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탓에 물류비용도 많이 먹혔다. 제철소 내의 생산설비조차 한 곳에 모여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줄이 막힌 것도 아르셀로미탈의 숨통을 조인 요인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불황으로 성장한 아르셀로미탈이 불황으로 위기에 몰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며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포스코 입장에서는 아르셀로미탈과의 벌어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라고 말했다.
안재석/이미아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