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석면 함유 베이비파우더 및 의약품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5월 조직개편 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약속이 일선에서도 잘 지켜지고 있을까.

식약청은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2008년도 의약품 및 화장품 관련 행정처분대장'을 올렸다가 일부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26일 오후 9시께 자료를 삭제했다. 이를 석연찮게 여기는 기자를 포함,문의가 빗발치자 다시 27일 오후 1시30분께 정리된 명단을 올렸다. 화장품정책과에서 화장품 행정처분대상 명단만 올렸어야 했는데 실수로 의약품 생약 의약외품 등이 섞여 있는 행정처분 대상 리스트를 올렸다는 것이 식약청의 해명이다.

단순한 행정착오를 트집 잡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분기나 반기가 끝난 뒤 한 달여 만에 행정명단을 올려놨는데 2008년에 적발된 행정처분 명단이 7개월여 지난 뒤에야 처음 게재됐다. 올해 초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과거 자료가 누락됐다는 식약청의 설명이 군색하다. 자료내용을 문의하는 취재진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도 문제다. "여기 부임한 지 얼마 안 됐다" "그런 세세한 걸 어떻게 다 알 수 있느냐"며 되레 반박하는 자세다. 경위를 파악해 설명해 주려는 성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정을 알아보면 민원정보공개용 청구자료가 직원 실수로 홈페이지에 올라갔다. 이런 점에서 당초 식약청은 이런 정보를 널리 알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식약청은 국정감사 때마다 의원들로부터 문제 있는 의약품이나 식품이 적발될 때 즉시 홈페이지에 게시하라는 지적을 받았고 그 결과 올해부터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에서 나타난 대로 뭔가 감추려는 듯한 행태는 식약청이 여전히 공개와 투명행정에선 거리가 멀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행정처분 명단을 보면 2007~2008년 의약품재평가 대상 중 생동성 시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판매정지 수개월 이상의 처분을 당한 제품이 100여건이 넘는다. 약효가 의심스런 제품은 허가취소되지 않는 한 판매정지기한을 넘기면 다시 유통될 수 있다. 식약청이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얻는 길은 분명하다. 소비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알리는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정종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