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영기업이 인수하려던 국영 철강공장 근로자 3만여명이 유혈시위를 벌여 인수 · 합병(M&A)이 무산되는 일이 발생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4일 지린성 퉁화시의 국영 퉁화철강을 인수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민영기업 젠룽의 천궈쥔 총경리(CEO) 대행이 근로자들에게 구타당해 사망했다. 이날 지린성 정부는 지방TV를 통해 젠룽의 퉁화철강 인수를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월지는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중국 정부의 노력에 치명타를 가하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산업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국영기업의 집단해고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며 1990년대 국영기업에서 500만명의 근로자가 해고된 사례를 상기시켰다.

FT는 사망한 천 총경리 대행이 퉁화철강 직원을 대부분 해고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취해 고용에 불안을 느낀 근로자들이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근로자들은 천 총경리 대행의 경우 연봉이 300만위안이 넘지만,자신들은 한 달에 2000위안 안팎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소득 격차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특히 젠룽철강이 2005년 자본참여 형식으로 경영에 참여했을 때 퉁화철강의 재정 상태가 엉망이 됐으나 적자가 지속되자 무책임하게 떠났다가 올 들어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퉁화철강이 흑자로 돌아서자 다시 회사를 인수하려 한 것도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철강 조선 시멘트를 과잉생산이 심각한 업종으로 지목하고 불법적이고 맹목적인 투자를 억제하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철강업체 간 M&A 등 구조조정이 한창이지만 이번 사태로 피인수 기업의 고용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게 난제로 떠올랐다. 홍콩 언론들은 "향후 산업계에서 대규모 집단적 시위가 빈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