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동반 퇴진함에 따라 25년간 이어온 금호가(家) 형제경영의 전통이 깨졌다.

금호아시아나의 형제경영은 1984년부터 시작됐다. 그룹의 틀을 다진 박인천 회장이 타계함에 따라 장남인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차남 고 박정구 회장,3남 박삼구 회장이 순서대로 회장직을 맡았다. 오너 일가는 금호석유화학 지분도 각각 10.01%로 유지했다. 금호산업 지분 역시 6.11%씩으로 같았다.

금호가 형제경영의 이상 기류는 이달 초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한 달 만에 금호산업 주식 4.8%를 모두 처분한 반면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을 확대했다. 이에 박삼구 회장은 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민 끝에 박찬구 회장을 퇴진시키고,자신도 동반 퇴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회장은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호아시아나를 살리기 위한 결단이었다"며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동생(박찬구 회장)이 그동안 그룹 경영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또 형제경영에 대해 "형제경영은 아무나 한다는 원칙은 아니었다"며 "나의 유고시 전문경영인이나 덕망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선대 회장들과의 합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너 일가의 동반 퇴진과는 상관없이 기존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달 초 기존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양대 지주회사 체제에서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단일 지배구조 체제로 재편했다.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31일 차기 회장을 맡기로 한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에 대해서는 "금호아시아나에서 40여년 동안 일한 전문경영인"이라며 "오랫동안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은 이후 역할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그룹이 약속한 재무구조 약정 이행에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