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의 한 트레이더가 무려 1억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미국 백악관이 "결코 정상으로 볼 수 없다(out of whack)"고 지적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씨티그룹의 에너지부문 계열사 피브로LLC의 앤드류 홀 수석트레이더가 회사 측에 자신의 실적을 바탕으로 1억달러(약 130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요구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다른 사람으로는 대체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한 경영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며 "오바마 대통령도 이런 식으로 고액 연봉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씨티그룹은 계약에 따라 문제의 트레이더가 요구한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앞서 미 정부로부터 450억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받은 바 있어 거액의 보수를 지급할 경우 직면하게 될 여론의 비난 탓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처지다.

더욱이 씨티그룹을 포함, 보험사 AIG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정부 구제금융을 받았던 7개 기업들이 오는 8월 13일까지 미 재무부에 연봉 지급 상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수를 제한하면 회사에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뛰어난 직원들을 경쟁업체에 빼앗기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씨티그룹 대변인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직원을 유지하고 끌어들이는 것이 회사와 주주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경쟁력 있는 급여 관행을 확보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업계와 정부 간의 마찰을 예고했다.

한편 미 재무부의 급여문제 특별책임관으로 임명된 케네스 파인버그는 미국 내 연봉 상위권 100명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급여 상황을 분석하는 작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액 연봉자들의 보수와 과도한 보너스를 전방위로 '압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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