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기관의 사퇴 압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진 사직했다면 되돌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이경구)는 28일 심일선 전 한국산재의료원 이사장이 "노동부의 지속적인 강요를 견디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한국산재의료원을 상대로 낸 '이사장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심 전 이사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물러난 공공기관장 중에서 처음으로 복직 소송을 제기했었다.

재판부는 "사직할 뜻이 없었다 해도 그 의사가 객관적으로 표시된 이상 효력을 가지며 진의(眞意)가 아닌 의사표시에 관한 민법 규정은 성질상 공법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사직 의사를 취소하려면 (사직서에 근거한) 의원면직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와 여당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임원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했고,실제로 노동부 차관 등이 전화로 심 전 이사장의 사퇴를 수차례 종용했으며 동시에 산재의료원에 대한 노동부 차원의 특별감사가 실시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사직서 제출이 전적으로 상급기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심 전 이사장의 주장은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모 절차를 거쳐 취임한 심 전 이사장은 임기 6개월 만인 지난해 4월 노동부의 사임 요구와 특별감사 이후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되자 소송을 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