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지난 9일 '중소기업을 위한 국제회계기준(IFRS for SME)'을 발표했다. 이는 2003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07년 초안이 나온 이래 20여개국에서 100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무 테스트를 거쳐 제정한 것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국제회계기준'은 공시분량의 대폭 감소와 역사적 원가주의 채택이라는 두 가지 큰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중소기업은 사업 내용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에 회계기준도 원래 2500쪽이 넘는 국제회계기준의 10%에도 못 미치는 230쪽으로 단순화시켰다. 이에 따라 공시분량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주당 순이익(EPR)을 공시하지 않아도 되며,분기 또는 반기 재무제표 또는 산업부문별 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두번째는 재무공시의 이용자가 관련은행,물품공급자 또는 극히 제한적인 투자자들로 구성돼 있다는 전제 아래 채무변제능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원가에 의한 평가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성이 있는 투자유가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부채를 역사적 원가로 평가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은 원래 글로벌기업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주요국의 자본시장이 국제화되면서 상호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상장을 유치하고,기업 간 국제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각국이 앞다퉈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을 선언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개국 이상이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한다고 선언했다.

국제화된 자본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들에는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이 비용 · 효익 면에서 나름대로 납득될 수 있다. 그러나 비상장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방대한 양의 국제회계기준을 이해하고 이를 실무에 적용하는데 필요한 전문 인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복잡하게 만들어진 재무정보를 이용할 이해관계자도 적기 때문이다.

사실 선진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소기업은 전체의 95%가 넘는다. 따라서 국제회계기준의 적용은 5%의 대기업을 위해 나머지 95%의 중소기업들이 여기에 맞춰야 한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유럽 일부 국가들을 포함해 홍콩,인도,말레이시아 등이 중심이 돼 중소기업을 위한 국제회계기준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됐고,이를 국제회계사연맹(IFAC)이 적극 지지하면서'중소기업을 위한 국제회계기준'이 드디어 제정 공표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중소기업을 위한 국제회계기준'은 어디까지나 일반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주식거래가 없는,즉 비상장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의 독립적인 회계기준이란 것이다. 상장기업이라면 설령 규모가 작다고 하더라도 이 회계기준을 사용할 수 없음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명확히 하고 있다. 상장기업은 만약 사용했더라도 이를 재무제표에 표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일반투자자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마치 국제회계기준에 준하는 회계기준을 적용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공시되는 재무정보의 투명성이 세계가 인정하는 1급 수준이 되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은 과거를 털어내고 회계투명성에 대한 이미지를 일신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이다. 유가증권 시장에 등록돼 있는 759개사는 물론,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1021개사도 '최고 수준의 정규' 국제회계기준을 2011년까지 채택함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상장기업들의 국제회계기준 채택에 따른 초기의 과중한 비용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투자세액감면과 같은 급의 세제상 혜택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주인기 <연새대 교수ㆍ회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