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유가는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한때 배럴당 30달러대 후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배럴당 60~7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제'값싼 오일(easy oil)'의 시대는 끝났으며,앞으로 배럴당 80~100달러대의 고유가가 지속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자원 확보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동원 가능한 모든 국력을 쏟고 있으며,자원이 있는 곳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무기로 전 세계의 자원을 독식하고 있다. 아프리카 48개국에 대한 100억달러 규모의 부채 탕감,산유국에 저리로 차관을 제공하는 '오일차관(Loan for Oil)'정책 등을 통해 자원 부국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원외교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고,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나서 자원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1년 반 남짓 기간 동안 대통령과 총리가 자원외교를 위해 다닌 거리가 지구를 두 바퀴 돌 정도에 이른다.

이러한 노력에 부응해 우리 기업들의 자원개발 투자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작년 투자액과 금년 투자 예상액을 합치면 약 130억달러로 이는 2007년까지의 해외자원개발 누적 투자액 136억달러에 버금간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121건의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 등과 같이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초대형 사업들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시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2015년부터 현재 우리 수입량의 약 30%에 이르는 연간 750만t의 천연가스를 러시아로부터 직접 도입하게 되었다. 이로써 현재 63%에 달하는 중동,아프리카 등 원거리 지역에 대한 도입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정부는 러시아 측과 북한을 경유하는 PNG 방식을 포함한 다양한 도입방안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쿠르드 유전지역에서 우리가 확보한 바지안 등 5개 광구는 현재까지 우리가 전 세계에서 확보한 매장량에 버금가는 31억배럴 규모의 초대형 광구들로,인근의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과 연계하는'패키지형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다. 특히 금년 10월 시추 예정인 바지안 광구의 경우 인근에서 20억배럴에 이르는 매장량이 확인된 바 있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또한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지방정부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부터 쿠르드 지역 원유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어 우리뿐 아니라 쿠르드 지역에 유전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도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 사업의 전망을 매우 밝게 보고 있다.

한편 이라크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유전개발 사업에도 최근 가스공사 컨소시엄이 공개 입찰에 참여하는 등 우리 기업의 참여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하루생산 5만배럴 수준인 석유공사를 2012년까지 30만배럴 규모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 정부 출범 이전까지 약 7300억원에 불과했던 개발부문의 자본금을 금년에 2조2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했으며,2012년까지 추가로 2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석유공사는 지난 2월 하루생산 2만배럴 규모의 페루 페트로테크사의 경영권과 지분 절반을 4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세계적인 자원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는 후발주자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유망 시장은 이미 주요 선진국의 메이저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으며,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중국의 물량 공세와도 맞서야 한다.

또한 많은 돈과 장기간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해외자원 개발은 결코 단기간의 성공과 실패에 연연해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당장의 성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장기적인 시각에서 긴 호흡을 가지고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인내와 꾸준함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