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 토론회서 '최근 심경' 토로] 곽승준 "사교육 전쟁 질 거라고 생각안해"
"별로 이기지도 못 하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지난 4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이에 가세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교육 정책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교육개혁 주도권을 교과부에 빼앗긴 이들이 절치부심하는 중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곽 위원장과 정 의원은 28일 국회 본청에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과 디자인코리아 국회포럼이 주최한 '예능계열(디자인분야) 대입제도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사교육과의 전쟁 4개월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이날 토론회 축사는 당초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지만,안 대표가 서민대책 관련 회의로 토론회에 불참하면서 두 '사교육 저격수'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大入 토론회서 '최근 심경' 토로] 곽승준 "사교육 전쟁 질 거라고 생각안해"
분위기는 남 의원이 주도했다. 그는 이날 참석한 곽 위원장과 정 의원 등을 지목해 "지금 소개해 드릴 분들을 두고 전쟁광들이라고들 한다"며 "여기서 전쟁은 사교육과의 전쟁"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정 의원은 발언석에 나가 "우리나라는 교육이 국가 경쟁력을 키워왔는데 이제는 교육이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 뒤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별로 이기지도 못 하고 있다"며 안타깝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의원이 '별로 이기지도 못 하고 있다'고 한 것은 지난달 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에서 내놓은 △학원 교습시간 오후 10시로 일괄 단축 △대입 전형에서 고교 1~2학년 내신 반영 비율 축소 등의 교육 개혁 방안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답답증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곽 위원장은 달랐다. 그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지를 거침없이 밝혔다. 곽 위원장은 "최근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청년 실업 해소'라고 했다"며 "사교육비와의 전쟁에서 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곽 위원장은 또 "(4월 첫 언론 인터뷰 이후) 지난 4개월간 많은 국민들이 사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싸움은 정부 임기 내내 진행돼야 하는 싸움이고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과 정 의원은 이후 각각 30분,1시간가량 토론회를 지켜보다 중간에 자리를 떴다.

이에 대해 교과부의 한 간부는 "미래기획위와 여의도연구소가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방안 가운데 교과목 축소 등 받아들여진 것이 많다"며 "어째서 '이기지도 못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