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급성장하던 독일 광고회사의 중국인 임직원들이 회사 자산을 통째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법치보다 관시(關係)가 우선시되는 중국 비즈니스의 함정이 부각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독일 상장사 BMC(비즈니스미디어차이나)의 중국법인인 BMC차이나의 최고경영자(CEO)를 맡던 리양양은 자신이 영입한 대학 동창 등 측근들과 함께 별도의 회사를 세워 BMC의 광고 수주를 빼돌리고 비용은 BMC에 부담시키는 수법으로 회사를 말아먹었다. 2004년 BMC를 창업한 클라우스 힐가르드트는 리양양에게 거의 모든 일을 맡겼다. 힐가르드트는 "상호신뢰와 조화가 나의 경영철학이었지만 중국에서는 조화보다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중국어를 못하는 힐가르드트는 테레사 투라는 중국인 여비서에게 많은 업무를 의존했는데 이 여비서는 리양양과 결혼해 BMC헬리란 회사를 만들어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데 공모했다. 리양양은 중국어를 한두 마디밖에 못하는 힐가르드트의 중국어 실력을 치켜세우고 그보다 중국을 잘 아는 외국인은 없다는 말로 그를 안심시켰다.

문제가 드러난 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BMC 광고 수주가 급감하면서다. BMC와 로고까지 유사한 BMC헬리가 광고 수주를 빼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리양양은 BMC헬리는 BMC의 광고영업을 돕는 에이전시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비서인 테레사 투가 100만유로의 공금을 횡령해 베이징에 두 채의 대저택을 구매한 사실이 들통나는 등 이들의 마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테레사 투는 현재 중국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