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판매된 휴대폰 10대 중 3대는 한국산(産).'글로벌 시장에서 부쩍 높아진 한국 휴대폰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2001년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에서 국산 휴대폰의 점유율은 10%를 채 넘기지 못했다. 연간 기준으로 점유율 20%를 돌파한 것도 불과 2년 전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휴대폰 산업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최근 노키아,애플,림(RIM) 등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 3배인 이유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로 무장한 애플의 공세가 단적인 예다. 앱스토어는 서비스 개시 1년 만인 이달 중순 프로그램 다운로드 횟수 15억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열 당시 500여개에 지나지 않았던 프로그램 수는 6만500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1만여명에 달하는 개발자가 참여해 '애플 생태계'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앱스토어의 힘은 곧바로 하드웨어 경쟁력과 연결된다. 앱스토어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해 애플의 아이폰(스마트폰) · 아이팟(MP3 플레이어) 등의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불황에도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는 것은 이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7.8%였다. 국내 업체들은 휴대폰,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등 하드웨어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 역시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휴대폰 기반의 지도,광고,게임 등의 서비스를 담은 포털 사이트 '오비(Ovi)'와 소프트웨어 유통 서비스인 '모시(MOSH)' 등을 중심으로 콘텐츠 파워를 키우고 있다. 스마트폰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의 림(RIM) 역시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앱 마켓'과 다양한 이메일용 프로그램 등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달아오른 콘텐츠 경쟁

국내 업체들도 최근 콘텐츠 분야로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유럽에서 휴대폰이나 PC에서 영화,TV드라마 등을 내려받아 볼 수 있는 '무비 스토어' 사이트를 개설했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각종 비디오 콘텐츠를 다운로드받아 PC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으로 전송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LG전자 역시 이달 중순부터 모바일 게임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거래할 수 있는 LG전자판 '앱스토어'를 선보였다. 연말까지 유럽과 중남미 등 24개국으로 서비스를 넓히고 거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20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는 "닌텐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힘이 받쳐줬기 때문"이라며 "휴대폰 산업의 패러다임도 점점 소프트웨어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