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원하는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려면? 숨어있는 1%의 낭비요소를 찾아내 원가절감을 이루고 싶다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기업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제품을 뜯어보라'고 권유했다. 엔지니어와 함께 디자이너와 영업직원,그리고 부품 구매 담당자들이 한데 모여 제품을 완전히 해부한 뒤 소비자 입장에서,또 제조사 입장에서 각 구성요소들의 재질과 기능,조달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보라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런 과정을 통해 그동안 간과했던 제조 과정의 불필요한 것,낭비적인 것을 없애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소비자가 바라는 획기적 기능 개선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맥킨지는 아울러 제품 분해 작업은 '당연히 그렇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깨 활력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제품 분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 짜내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재정리한다.

◆제품에 담긴 원가절감 비법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 지게차 생산업체는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면서 소형화와 경량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소형화와 경량화를 이루면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로서는 연료가 적게 드는 만큼 운행비용을 아낄 수 있어 일거양득이기 때문이다.

개발팀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경쟁사 제품 분해에 들어갔고 CEO는 마케팅 담당자들도 이 작업에 동참시켰다. 수요자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마케팅 직원들은 소비자들이 적은 연료비와 낮은 온난화가스 발생 등에 높은 점수를 줄 것으로 보이지만,그렇다고 더 비싼 값에 지게차를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엔지니어와 부품 구매자들은 기존 제품보다 7%(200㎏) 경량화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연료 소비를 줄이면서 제조원가도 낮춘 제품을 종전과 같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구매팀은 부품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을 줄였고 엔니지어들은 지게차 무게 중심을 뒤쪽으로 배치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했다. 앞바퀴 직경을 줄이고 엔진 및 기어박스도 뒤로 옮겼다.

◆고정관념 타파해야 제품이 바뀐다

의료기 업체 A사는 경쟁사 제품을 무력화시킬 신제품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열면서 엔지니어와 마케팅 담당자,구매부서 직원 등을 모두 참여시켰다. 난상토론 끝에 이들이 얻은 결론은 단순화였다.

엔지니어들은 필요할 때 추가 기능을 탑재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호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던 반면,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는 신사양을 추가로 장착하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A사는 새로운 의료기기에선 기능을 대폭 단순화한 전자기판을 탑재했다. 동시에 열을 식히기 위한 팬 디자인을 바꾸고 전원플러그와 퓨즈를 일체화하는 등 이용편리성 및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불필요한 금속 재질의 받침대도 없앴다. 전체적인 제조비용이 23%나 줄었다. 영업부서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기능을 앞세워 새로운 수요자 계층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맥킨지는 모든 부서가 참여하는 제품 해부는 회사 발전을 가로막는 사일로(silos · 조직 장벽과 부서 이기주의) 현상을 없애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쓸데없는 포장이 비용을 부른다

제품 해부는 제품 자체뿐 아니라 제품을 담는 용기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은 제품 포장을 비용 관점에서만 결정할 경우 소비자 선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마케팅 담당자들은 대개 이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

맥킨지는 그러나 소비재 제품의 포장 용기에는 비용절감을 위해 디자인과 재질 등을 바꿔도 소비자들이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요소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한 소비재 기업은 포장용기의 디자인 변경만으로 10% 가까운 비용절감을 이뤘다. 이 회사는 샴푸제품 용기를 둥근 모양에서 사각형으로 바꿔 하나의 박스에 더 많은 제품을 담아 운송할 수 있게 했다. 용기 재질을 경량화한 것도 운반비 절감에 도움을 줬다.

재활용에도 눈을 돌렸다. 상표 라벨을 따로 제작해 붙이는 방식 대신 용기에 직접 인쇄하는 시스템을 도입,50% 가까운 비용절감과 함께 재활용이 쉽도록 했다. 뚜껑 색깔을 재활용이 어려운 흰색 및 투명색상 대신 검은색 등으로 바꿔 용기 하나당 20% 넘는 비용도 아끼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