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임대아파트 '위험천만' 불법거래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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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단속 뒷짐…125㎡ 웃돈 2억5천만원까지 치솟아
정식 임차인이 거래 부인땐 돈 받을길 없어 '요주의'
정식 임차인이 거래 부인땐 돈 받을길 없어 '요주의'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00만원에 불과했던 웃돈이 125㎡형은 2억5000만원이고 145㎡형은 3억원이나 됩니다. 시세차익이 2억원이나 예상되는데 더 오르기 전에 잡아두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판교원마을 A공인 관계자)
지난 26일 판교신도시 서판교 A14-1블록 현대힐스테이트(504채) 12단지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임대아파트 매물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앞에는 주택공사가 걸어놓은 "임대기간이 끝나지 않은 임대아파트 전매와 전대(재임대)가 금지돼 있다"고 쓰인 커다란 플래카드가 있었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다.
판교 신도시에서 임대아파트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2단지 아파트는 주택공사가 10년 임대 이후 일반분양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임대단지다. 따라서 이제 갓 입주에 들어간 이 아파트는 되팔 수도 없고,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불법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관계 당국도 관리인력 부족을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다.
이들 불법 거래는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초 임차인이 매매 사실을 부인할 경우 매수자는 지급한 돈을 되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임대아파트 거래는 125㎡형의 경우 임대보증금 1억7000만원에 프리미엄 2억5000만원을 더한 4억2000만원 선이다. 매수인은 최초 임차인에게 아무런 보증 절차도 없이 돈을 건네는 방식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 145㎡형은 임대보증금 1억9000만원에 프리미엄 3억원을 합친 4억9000만원 선이다. 기존 임대주택 불법 거래에서는 매수자들이 임차인의 재산에 저당을 잡혀놓거나 공증을 받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판교신도시 임대아파트 거래에서는 그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전환 시점이 당초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면서 불법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털어놨다.
판교신도시에서 이 같은 임대아파트 불법 거래가 성행하는 데는 억대의 양도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판교원마을의 B공인 관계자는 "시세와 2억원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혹이 생길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기간 만료 이후 분양전환 가격이 시세의 80% 정도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억원 안팎의 웃돈을 내고 매입할 경우 실제 수익은 거의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임대아파트를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최초 임차인이 지방이전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했을 때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매물은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주공 관계자는 "판교신도시 10년 공공임대 가운데 입주가 가장 빠른 12단지에서는 합법적 매물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의 거래는 모두 불법"이라고 말했다.
매매뿐만 아니다. 임차권자가 재임대(전대)를 주는 경우도 흔하다. 전셋값을 시세보다 수천만원 깎아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전세는 세입자가 임차권자의 재산에 저당을 걸어놓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불법 거래로 적발되면 전매 또는 전대와 상관없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임대주택법 41조) 임차권을 박탈당한다. 하지만 이를 걱정하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로 관계 당국이 지난달 임대아파트 관련 현장조사에 나섰으나,적발한 불법 행위는 한 건도 없었다. 관계 당국이 단속인력 부족을 핑계로 관리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이에 판교신도시 임대아파트 불법 전매 · 전대는 더욱 활기를 띨 것이란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판교(성남)=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