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28일 경영 일선에서 동반 퇴진했다. 박삼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신임 그룹 회장은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이 맡기로 했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발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립 63년 만에 처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자인 고 박인천 창업회장의 3남과 4남이며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은 그룹에서 40년 넘게 근무한 전문경영인이다.

박삼구 회장은 "그동안 4형제 가계는 그룹 계열사 주식에 대해 균등 출자하고 그룹 회장을 추대하는 형식으로 결속했지만,박찬구 회장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그룹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했다"며 "그룹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조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또 "동생인 화학부문 회장을 해임하게 되는 상황에 이른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본인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를 직접 소집,긴급 발의로 대표이사 해임을 건의 · 처리했다. 그룹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단독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된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박찬구 회장,기옥 사장의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박삼구 회장과 아들 세창씨가 11.77%,박찬구 회장과 아들 준경씨가 18.47%를 갖고 있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재영씨와 철완씨 지분은 각각 4.65%와 11.76%다.

그룹 경영을 총괄해온 박삼구 회장 측이 박찬구 회장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대우건설 인수와 재매각 등 경영현안들을 둘러싼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등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그룹 주변에선 석유화학부문을 맡아온 박찬구 회장이 지난 6월부터 금호산업의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대거 매입하면서 형제 간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박찬구 회장이 전격 해임된 것과 관련,그룹을 일단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대우건설 매각 등 진행 중인 구조조정을 끌고가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최근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계열분리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며 "특히 경영갈등설이 제기되면서 주채권은행으로서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해왔다"고 말했다. 산은은 금호그룹 내부의 경영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대우건설 매각작업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재석/이심기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