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현재 50개국에서 80여개의 해외전력사업과 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여러 위험이 수반되지만,한전은 그간 국내에서 축적한 전력기술과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전컨소시엄은 지난 3월 사우디전력청에서 발주한 1200㎿급의 대용량 중유화력 민자발전사업인 라빅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사업주 지분은 사우디전력청 20%,사우디민자발전회사 ACWA 40%,한전 40%며,EPC(설계 · 조달 · 시공을 포함한 일괄공사계약 방식)건설은 중국업체가 맡고 있다. 이와 관련,일각에서 한전 같은 공기업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국내 건설업체 대신 중국 건설업체가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전은 해외발전사업 추진시 국내 건설업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국 건설업체는 세계 플랜트시장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라빅사업 때도 한전은 국내업체에 참여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사업주들과 건설업체들은 프로젝트 입찰시마다 서로의 전략과 이해관계에 따라 짝짓기를 한다. 국내 EPC 건설업체가 한전의 사업제의를 거절하는 경우도 허다한 게 현실이다.

또한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국내 건설업체를 시혜적으로 선정하는 것도 이미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EPC 업체의 결정은 한전의 독단사항이 아니라 동반 사업주와 같이 결정하되,경쟁력의 논리만이 유일한 잣대다.

중국업체들의 기술적 능력도 최근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중국업체에 대한 기술력 평가가 과거의 고정관념에 머물러 있으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중국은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 용량과 맞먹는 약 7만㎿의 발전소를 매년 건설하고 있다. 이 막대한 건설물량을 통해 중국업체의 설계엔지니어링과 제작기술 등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는 게 시장평가다.

발전사업에 있어 EPC 건설업체가 좋은 성능을 갖춘 발전소를 적기에 완공하는 것은 안정적인 발전소 운전과 함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업체가 라빅사업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사업주는 특별히 다각도로 검증을 하고 대비책을 세워 놓고 있다.

한전은 지난 50년간 이룬 높은 수준의 기술역량을 갖고 세계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 국민에게 돌려드리고자 하며,각계의 고언을 명심해 해외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

허경구 <한국전력 해외사업개발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