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화가들의 그림,영상,설치 작품들이 한국에 왔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가 기획한 '앙트락트'전에서 마이클 엠그린 · 캐스퍼 보넨(덴마크),앤 리즐가르드 · 잉가 드락세트(노르웨이),마르코 부오콜라(핀란드),퍼 위젠(스웨덴)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은 과거,현재,미래의 이야기들을 찾아낸다는 취지에서 '앙트락트'(막간극)로 붙였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떠오르는 북유럽 화단의 흐름과 최근 경향을 탐색할 수 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덴마크관과 노르딕관의 기획자 겸 작가로 참여한 마이클 엠그린과 잉가 드락세트는 작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공동으로 제작한 3m50㎝ 높이의 사각 기둥에 놓인 흰색 금고를 출품했다. 높은 곳에 있어 만져볼 수도 없고 열 수도 없는 이 작품은 속수무책으로 금융위기를 겪어야 했던 당시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스웨덴 인기 작가 퍼 위젠은 우첼로를 비롯해 마사초,카라바조,앵그르 등 옛 거장들의 명화 이미지를 오려내 콜라주한 뒤 스캔을 거쳐 대형 프린트로 완성한 작품들을 걸었다. 책에서 따온 명화 이미지들인 만큼 친숙하면서도 때론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시장 2층은 공상과학 소설의 거장인 어슐러 르귄의 대표작 '어둠의 왼편'을 영상으로 옮긴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 앤 리즐가르드의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26일을 주기로 남자 혹은 여자의 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현란한 영상미가 더해져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 밖에 미니멀리스트 도날드 저드가 활동한 곳으로 잘 알려진 텍사스 말파(Marfa)의 풍경을 시차를 두고 찍은 두 장의 사진을 작품화한 핀란드 작가 마르코 부오콜라와 최근 주목받는 덴마크 화가 캐스퍼 보넨의 회화도 눈길을 끈다. 다음 달 23일까지.(02)735-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