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과 중국 간 제1차 전략경제대화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폐막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 외교안보 군사 기후변화 인권 등 전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미 · 러에서 미 · 중 중심의 새로운 G2(주요 2개국)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이날 양측은 폐막 연설을 통해 첫 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1세기를 위한 포괄적이고 긍정적인 협력관계의 기초를 다졌다"고 말했다. 왕치산 중국 부총리는 "만족스런 성공작(a full success)"이라고 강조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양국이 달나라 가는 것 빼고는 모든 분야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기간 내내 중국 농구스타 야오밍을 거론하고 농구공을 갖고 다니면서 '바스켓(농구) 외교'를 펼쳤다. 그는 자신이 사인한 농구공을 중국 대표단에 선물로 주기도 했다. 1970년대 초 핑퐁외교로 새로운 미 · 중 관계가 시작됐다면 바스켓 외교는 21세기 세계를 주도할 G2 시대를 열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은 무엇보다 경제 현주소에 대한 진단과 대응책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미국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 올 하반기에 성장할 것이란 징후들이 있으며,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 바닥을 치고 벌써 반등을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또 경제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재정 및 통화확대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유지키로 합의했다. 섣부른 출구전략은 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양국은 명분과 실리도 주고받았다. 미국을 대신해 세계 소비시장이 돼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중국은 내수확대 방침을 약속했다. 중국은 오는 10월 이전 세계무역기구(WTO)에 정부조달협정(GPA) 가입신청서를 제출,조달시장 개방폭을 넓히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이 주요 20개국(G20) 회의,국제통화기금(IMF),금융안정위원회(FSB) 등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키로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에 공동 대응하고,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정국 안정에 공조키로 했다.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바탕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비핵화를 달성하자고 재확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서둘러 이행하자는 데도 합의했다.

물론 과제도 남겼다. 미국이 불만을 가져온 위안화 절상 문제는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위안화 환율 얘기를 미국 관료들이 꺼냈으나 중국 측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정작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명시하진 못했다. 위안화 환율과 달러 가치 안정,온실가스 문제는 앞으로 갈등 요소로 재부상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폐막연설에서 "앞으로 더 중요한 미션은 양측이 얘기한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2차 전략경제대화는 내년 베이징에서 열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연내 방중할 계획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