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계에는 뛰어난 선수가 되려면 6만㎞를 헤엄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구 한 바퀴 반 가까운 거리다. 하루 1만m씩 16년4개월간 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태환은 한동안 하루 1만5000m씩 헤엄쳤다고 한다. 길이 50m 수영장을 150번씩 왕복한 셈이다. 두세 번만 오가도 헉헉대는 사람들이 볼 땐 살인적인 연습량이다. '마린 보이'란 별명도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경기를 앞두고 '몸'을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다. 훈련 시간을 줄여 체지방을 늘리는 게 보통이다. 몸의 부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1980년대 스포츠를 전략적으로 키우던 동구권에서는 선수의 항문으로 공기를 주입해 부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물론 불법이지만 우승에 이르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게 잘 안되면 오랜 기간의 뼈를 깎는 훈련도 소용없다. 밥 잘먹고 잠 잘자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몸도 마음도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를 길러낸 미국 수영코치 밥 바우먼은 "컨디션 조절은 머리를 깎는 것과 같다. 머리를 너무 많이 깎았다는 생각이 들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했다.

박태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200m 경기에서 저조한 기록을 낸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수영계의 파벌싸움,전담코치 부재,정신적 해이,컨디션 조절 실패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당연히 우승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커서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닐 것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한국 수영사상 최연소 대표로 출전했을 때만 봐도 그렇다. 당시 15세였던 박태환은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첫 경기에서 출발신호가 울리기 전에 물속으로 뛰어들어 실격을 당하고 말았다. 악몽을 지우기 위해 피나는 출발연습을 하는 근성을 보였다. 결국 출발 반응속도가 최고 수준으로 향상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다른 선수에 비해 부력이 좋은데다 폐활량도 일반인의 2배인 7000cc에 이르는 등 수영에 적합한 체격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스무살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는 3년이 남았다. 다시 정신력을 가다듬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승산이 있다. 200m 경기를 마친 후 박태환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아픔이 다음에 좋은 기록을 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