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6월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5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하며 월간 기준 사상 두 번째로 많은 54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올 상반기 경상흑자 규모는 217억5000만달러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우리로서는 경상흑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경상수지 흑자 여부는 통화가치는 물론 신용등급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지속되고 있는 경상흑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우선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발생하는 소위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6월 흑자도 수입 감소율(33.0%)이 수출 감소율(22.5%)보다 더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짝 수출 효과' 역시 걱정스럽다. 한은 관계자는 "반기 말에 수출이 집중되는 효과와 LCD 패널, 철강을 비롯한 대 중국 수출 회복세 등을 상반기 흑자폭이 커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런데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줄면 경상흑자 폭도 대폭 축소(縮小)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 경상흑자는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의 움직임, 그리고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 등에 따라 언제든지 폭이 크게 줄거나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불안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이 하반기에는 경상흑자 규모가 상반기에 비해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흑자 폭이 줄더라도 연말까지는 경상흑자 규모가 2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막연히 하반기에도 '불황형 흑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에 젖어 있을 것이 아니라 흑자 폭 감소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며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