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비극인 만큼 캠페인도 하고 교통량도 줄여서 금년 한 해를 교통사고 줄이는 원년으로 삼겠다. "(이명박 대통령,2009년 1월26일)

손해보험업계의 기대는 컸다. '교통사고 사상자를 매년 10%씩 줄여 임기 내 교통사고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 이하로 개선되도록 하겠습니다'란 공약을 들고 나온 이 대통령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말뿐이 아니었다. 정부는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총리실 주관으로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 공동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난해 7월 음주운전자에 대한 벌칙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범정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27일 라디오연설에서 8 · 15 광복절 사면에 음주운전 등으로 운전면허가 정지 · 취소된 생계형 운전자들을 대거 포함시키겠다고 밝히자 손보업계가 의기소침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초범'이라는 단서는 달려 있지만 정부가 사면조치를 할 경우 결국 교통사고 줄이기 대책은 '공염불'이 될지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즉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약화시켜 교통사고가 급증할 것이란 얘기다.

손보업계의 이 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지난 2월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권영선 교수 등이 발표한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정책 효과 분석'에 따르면 2007년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 조치 이후 2년간 교통사고 건수는 1만 9236건,사망자 수는 572명 늘어났다.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1조4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으로 추산된다.

보험개발원이 과거 사면 전후 1년간의 교통사고율(대인배상보험 가입자 기준)을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1998년 3월 532만명 사면 때 사고율은 3.11%에서 3.44%로 올랐고 2002년 7월 481만명 사면 때는 4.66%에서 5.11%로,2005년 8월 420만명 사면 때 역시 5.33%에서 5.82%로 상승했다.

지난해 7월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종합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8%인 연간 14조원에 달해 경쟁력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한 게 바로 정부다. 말과 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