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의 위기라고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이런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르노삼성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했지요. "

오는 9월 3년간의 한국 근무를 마치고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로 복귀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토마스 오르시니 CFO(전무 · 39 · 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기 침체로 완성차 업체들이 한결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르노삼성은 오히려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총 5만3612대를 판매,GM대우자동차를 제치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이어 내수 3위(점유율 8.7%)로 올라섰다.

오르시니 전무는 "위기 상황에서 가장 강조돼야 할 단어는 명료성과 대응력"이라며 "먼저 모든 직원이 회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효율적으로 인적 · 물적 자원을 배분하고,세부적인 행동계획과 대처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르노삼성은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2000년 설립 초기부터 직원들로 하여금 현금 흐름 개선과 관련된 모든 항목을 철저하게 따지도록 했다"며 "2002년 이후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오르시니 전무는 국내외 경기 침체 속에서도 르노삼성이 유독 선전하고 있는 비결로 △품질개선 노력 △르노-닛산그룹과의 협력 강화 △원만한 노사관계를 꼽았다. 특히 최고경영진에서 생산직원 및 판매직원에 이르기까지 전 임직원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위기 극복에 매진했다고 강조했다.

오르시니 전무는 "르노삼성 직원들은 부지런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일에 대한 의욕이 최고"라며 "의사결정을 빨리 내리지 않으면 직원들로부터 수많은 질문 세례를 받을 만큼 회사에 에너지가 넘친다"고 소개했다.

지난 3년간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정도로 언론 노출을 꺼렸던 오르시니 전무는 파리의 '에콜 폴리테크니크' 대학시절부터 재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재무 전문가인 그는 2007년 말 한국CFO협회로부터 '올해의 CFO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경력은 다양한 편이다. 1997년부터 프랑스 정보통신부 및 재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1999년에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업체를 직접 설립하기도 했다. 르노그룹으로 옮긴 것은 2002년의 일이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할 때 공채 발행 및 관리를 담당하면서 쌓았던 경험이 르노삼성 CFO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한국은 그에게 어떤 나라로 기억될까. 오르시니 전무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서울의 한 연날리기 축제에 초청받았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며 "손님들을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는 한국을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르시니 전무는 본사로 복귀한 뒤에도 르노삼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그는 "르노삼성은 앞으로도 그룹 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르노삼성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선진 기술을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