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지. 아이. 조' 이병헌 "한국 악당 실감나게 태권도 가미했죠"

한류스타 이병헌(40)이 월드스타로 첫 걸음을 내디뎠다. 1억7000만달러를 투입한 할리우드 대작 '지.아이.조:전쟁의 서막'(8월6일 개봉)에서 '스톰 셰도'란 칼잡이 악당 역을 해낸 것.'미이라'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연출하고 '매트릭스'의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가 제작한 이 영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 집단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특수부대의 대결을 빠른 스피드와 풍성한 볼거리로 버무려냈다. 30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 출연은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로 생각합니다. 올 여름 할리우드 개봉작 중 최대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이어서 인지도를 높이기에는 최상의 카드라 선택했어요. 앞으로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와 배역을 고를 수 있는 두 번째,세 번째 단계도 올 것입니다. "

그는 원작에서 일본 무사였던 스톰 셰도를 한국 자객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해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복면도 절반 이상 벗기로 했다. 원작 팬들은 거부감을 느낄 게 틀림없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하기에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악당인 만큼 액션에도 태권도를 가미했어요. 움직임을 줄이고 제대로 '한방'때리는 사실적인 액션 말이죠.스톰 셰도의 라이벌인 스네이크 아이즈가 화려한 쿵푸 액션을 쓴 것과는 달라요. 쿵푸는 화려하지만 파워풀한 느낌이 없거든요. "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촬영장은 그에게도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이 가져오는 트레일러(분장차)는 10여 대에 달했다. 체코 프라하에서 진행된 야외 촬영에서는 실제로 자동차가 공중에 붕떴다가 떨어지거나 수십 대가 한방에 박살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시간을 철저히 엄수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조연인 그에게는 의도적으로 골탕을 먹였다고 했다.

"오전 6시에 집합하라고 한 뒤 오후 4시쯤 (네)촬영분은 없다고 말하더군요. 여러 차례 그랬어요. 한 마디로 LA에선 절 꼬마 취급한 거지요. 속으로는 '이 자식들이 날~'했지만 그 상황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일본 시사회에서 제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고는 감독과 동료 배우들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더군요. "

이병헌은 올 가을께 마피아 역을 맡은 트란얀홍 감독의 다국적 영화 '아이 컴 위드 레인'으로 팬들을 다시 찾은 뒤 '지.아이.조' 속편에 출연할 가능성이 높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