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일정 소득이 생긴 이후에야 재학시절 빌린 학자금을 갚도록 하는 새로운 학자금 대출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청년실업에 따른 신용불량자 양산 등 폐해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까지 대출이 가능해 학생들이 등록금 부담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자금 대출 받고 취업 뒤 25년간 상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가 내년부터 도입되면 등록금 전액과 연간 200만원 한도의 생활비까지 빌릴 수 있다. 수혜대상은 기초수급자와 소득 1~7분위에 속하는 119만4000명이다. 대학 재학기간에는 이자 납부까지 유예되며 취업 후 일정소득(연 1500만원 등 기준 마련 예정)이 생긴 시점부터 최장 25년간에 걸쳐 갚으면 된다. 거치기간 중 이자는 부담하지 않다가 상환시작 시점에 대출원금에 가산된다. 그러나 '거치기간 이자에 대한 이자'는 없다.

등록금 대출금리는 재원조달 금리를 감안해 매년 결정된다. 올 2학기의 경우 학자금 대출금리는 연 5.8%다. 상환기간은 최장 25년 이내에서 대출자 본인이 소득상황을 감안해 직접 결정하고 상환 도중이라도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연간 한도 200만원의 생활비 대출의 경우 기초수급자는 정부가 무상으로 지급해 상환의무가 없다. 소득 1~3분위는 거치기간 중 이자부담이 없으며 상환기간이 도래하면 대출액에 대해 원리금을 상환하면 된다. 소득 4~5분위는 거치기간 중 이자부담이 없으나 상환 도래시 대출액과 거치기간 중 이자를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소득 6~7분위는 생활비 대출을 현행처럼 정상대출로 받고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등록금 및 생활비 대출의 성적기준은 C학점 이상이어야 한다. 2010년부터 도입되면 현재 재학(휴학생 포함) 중인 학생은 졸업시까지 현행 제도와 새 제도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2010년 신입생부터는 새 제도만 가능하다.
"학비 걱정말고 공부만…"취업후 25년간 분할 상환
◆재원 조달과 모럴 해저드 방지가 관건

새 제도가 도입되면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대학 4년간 4000만원까지 매 학기 등록금을 빌릴 수 있지만 통상 거치기간 5~6년,분할상환기간 5~6년으로 매우 짧았다. 또 소득이 없더라도 상환기간이 도래하면 갚아야 해 학자금 대출 관련 신용불량자가 2006년 670명에서 올해 1만3804명으로 급증해왔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은 "취업 후 상환제도는 그동안 제기됐던 학자금 대출의 각종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라며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이 없게 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장학재단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재원을 바탕으로 대출해줄 계획이다. 또 기초수급자 이자 면제는 국가재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1969억원,2014년까지 연평균 8468억원 등 예산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 제도에 따르면 취업 이후 일정 소득을 올려야 상환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취업을 유예하는 등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국세청과 연계해 소득 포착 및 징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일정기간(15년 정도 예상)이 지나도 상환이 전무할 경우 소득뿐 아니라 재산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해 상환액을 재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출자의 소득은 취업에 따른 근로소득뿐 아니라 자영업 소득,상속 등에 의한 자산소득 등을 포괄해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대학들이 눈치 안 보고 등록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과부는 재원 조달 방법,원리금 상환 기준 소득,상환율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9월 말 세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