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부모배경ㆍ내신 과대포장 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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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공정성 확보 총력전
3인이상 교차 채점은 기본
점수차 크면 재심위원회 회부
CEO 위촉 전문성 높이기도
3인이상 교차 채점은 기본
점수차 크면 재심위원회 회부
CEO 위촉 전문성 높이기도
2010학년도 대학 입학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대폭 확대되면서 각 대학들이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지난해 40개대가 입시사정관제로 4555명을 선발한 것보다 4.5배 늘어난 47개대 2만690여명에 달하는 데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입학사정관제 선발 비율을 임기 내에 더욱 높이겠다고 언급,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30일 주요 대학에 따르면 각 대학은 입학사정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정관 증원,교차 평가,자체 모의평가 시행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수험생을 성적만으로 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과 특정 분야 재능,학습 과정 등을 중시하는 만큼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 공정성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높다.
신입생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예정인 포스텍은 한 학생을 무려 5단계에 걸쳐 평가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첫 단계에선 전임 입학사정관 2명이 1명의 서류를 검토,평가한다. 이때 2명의 평가점수가 크게 차이가 날 경우 제3의 전임 입학사정관이 이를 재검토한다. 이후 이 학생의 서류는 교수 입학사정관에 의해 다시 한번 검토를 받게 되고 이는 다시 전임 입학사정관 및 교수 입학사정관 18명으로 구성된 '입학사정위원회'에서 전체 평가를 통해 점수를 확정받는다. 확정된 점수는 마지막으로 제3의 교수 및 자문위원 8명으로 구성된 '공정관리위원회'에서 검증을 받는다.
조범진 입학사정관은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평가의 공정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학교 측에서도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전국 16개 시 · 도교육청과 진학교사협의체를 활성화하고 고교 교사 추천서 데이터베이스(DB) 활용 등을 통해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대는 특히 지역별 교육환경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직접 현장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또 학생의 출신고교를 면밀히 살펴 등급별 석차나 기숙사,심화반 운영,부모의 직업군과 학력분포 등에 대한 자료를 세밀하게 수집,내신이 과대평가된 경우나 학교 및 부모의 배경이 지나치게 영향을 미친 경우를 가려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학생들이 제출하는 지원서에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비교과활동 등을 소개하는 '출신학교소개서'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이화여대는 올해 입학정원(3109명)의 21%인 660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기로 하고 은퇴한 중 · 고교 교장과 교수,이화학술원 소속 석좌교수 등 90여명을 입학사정관으로 새로 위촉했다. 이대 관계자는 "학식과 경륜을 두루 갖춘 인사들이 입학사정관으로 나서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3명의 입학사정관이 지원자 1명을 심사하고 단계별로 '2인 1팀'의 평가팀을 구성,교차 평가하는 동시에 최종 선발 때는 전체 입학사정관 회의를 열어 심의키로 했다. 연세대도 3인 1조의 평가단이 수험생 개개인을 평가해 사정관별로 점수 차이가 클 때 다른 평가위원이 재채점하게 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카이스트 역시 전형 단계별로 평가단을 따로 두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입학공정관리위원회,평가모니터링제 등을 운영한다.
한양대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기업 전 · 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을 입학사정관으로 영입하고 현직 고교 교사로 꾸려진 자문위원단을 마련했다. 구자준 LIG 손해보험 회장,변봉덕 코멕스 회장,이순조 명승건축그룹 회장,정규수 ㈜삼우ENC 회장,김효준 BMW코리아 사장,김형기 한국벤처투자㈜ 사장,변대규 ㈜휴멕스 사장,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노기호 LG화학 고문 등이 입학사정관으로 참여한다.
본격적인 선발에 앞서 자체 모의평가를 하거나 평가지침 개발 관련 워크숍을 여는 대학도 있다. 한국외대는 전형별 지원자격을 갖춘 학생을 표본집단으로 선발해 서류심사,면접 등을 통해 평가하고 오차를 검증하는 자체 진단평가를 연간 다섯 차례 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