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술이전 제안 거절…현대차, 미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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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LPi 하이브리드 개발 비화
2004년 가을,도요타는 현대 · 기아자동차에 하이브리드카 기술과 부품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이 회사는 이미 닛산,포드와 기술공유를 진행하고 있었다. 도요타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었다. 경영진은 실무자들을 불러 수 차례 회의를 거듭했다. 결론은 '독자 개발로 간다'였다. 도요타의 제안은 달콤했지만,경쟁자의 도움을 받아서는 세계 1위가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현대 · 기아차는 최근 시판에 들어간 아반떼 ·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의 개발과정을 담은 책자를 30일 본사와 연구소에 배포했다. 하이브리드카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고,극한의 성능시험을 거쳐 완성차가 나오기까지 연구원들이 흘린 노력을 생생하게 담았다.
◆후발주자의 살 길은 차별화
현대 · 기아차가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나선 것은 2005년 초.당시 담당 연구원들은 30명 남짓이었다. 궤도에 올랐을 때도 인력이 300여 명으로 2000여 명에 달하는 도요타의 20%에도 못미쳤다. 연구개발총괄본부의 이기상 하이브리드개발실장(상무)은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야근과 휴일 근무를 되풀이했다"고 회고했다.
개발 초기엔 현대 · 기아차 하이브리드카의 기본 연료 역시 도요타나 혼다처럼 휘발유였다. 이 때 내부적으로 "후발주자로서 경쟁사와 똑같은 차를 출시하면 과연 누가 주목할까"란 의문이 쏟아졌다.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현대 · 기아차는 "세계 최고의 액화석유가스(LPG)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국형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계 최초의 LPi 하이브리드카가 탄생한 배경이다.
◆"도요타도 포기하는데…"
현대 · 기아차가 2000년대 중반 베르나 및 프라이드 연구용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할 때 사용하던 배터리는 일본업체의 니켈수소(NI-MH) 제품이었다. 이 업체는 도요타 혼다 등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어 현대 · 기아차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기술협의를 갖자고 제안해도 "기술자를 파견할 수 없으니 차를 보내면 자신들이 알아서 맞추겠다"고 튕기기 일쑤였다.
수소문 끝에 LG화학이 차세대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LG화학에 차량용 배터리를 공동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때마침 도요타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카 출시를 2010년으로 2년 미룬다고 발표했다. 이때 일본 배터리업체가 현대 · 기아차를 찾았다. "도요타조차 포기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애쓰지 말고 니켈수소 배터리를 쓰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내 계약하지 않으면,앞으로 10배를 얹어줘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연구원들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1년 반 동안 LG화학 대전기술연구원을 오가며 배터리 개발에 매달렸다. 결국 GM 등 해외업체들이 탐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완성했다. 최근 일본 배터리업체는 종전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며 뒤늦게 머리를 숙였다. 퇴짜를 맞은 건 물론이다.
◆귀뚜라미 소리를 찾아라
작년 7월 연구원들이 시험제작차에 올랐다. 미세한 소음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하이브리드카는 일반 차량에 없는 고전압 전기 스위치를 쓰는데,스위치 작동음이 귀뚜라미 소리처럼 탑승자의 신경을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기모터 소리를 줄이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윙'하는 모터 구동소리가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엔진 회전수 3000rpm 대에서 특히 심했다. 이 소음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낮추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트렁크 공간도 포기 못해
연구원들은 개발 초기부터 트렁크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트렁크 외에 대형 배터리를 둘 공간이 없어서다. 연구원들은 한쪽 면이 뒷좌석과 밀착되는 반 사다리꼴 모양의 배터리를 고안했다. 이를 통해 골프백 2개까지 넣을 수 있는 트렁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구동모터를 장착하기 위한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존 부품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품을 수 백번씩 조립하고 분해했다. 여성 엔지니어인 하이브리드 설계팀의 전신혜 연구원은 "최근 보험상담 과정에서 고전압을 다루는 업무 때문에 가입을 거절당했다"며 "평범하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후발주자의 살 길은 차별화
현대 · 기아차가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나선 것은 2005년 초.당시 담당 연구원들은 30명 남짓이었다. 궤도에 올랐을 때도 인력이 300여 명으로 2000여 명에 달하는 도요타의 20%에도 못미쳤다. 연구개발총괄본부의 이기상 하이브리드개발실장(상무)은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야근과 휴일 근무를 되풀이했다"고 회고했다.
개발 초기엔 현대 · 기아차 하이브리드카의 기본 연료 역시 도요타나 혼다처럼 휘발유였다. 이 때 내부적으로 "후발주자로서 경쟁사와 똑같은 차를 출시하면 과연 누가 주목할까"란 의문이 쏟아졌다.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현대 · 기아차는 "세계 최고의 액화석유가스(LPG)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국형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계 최초의 LPi 하이브리드카가 탄생한 배경이다.
◆"도요타도 포기하는데…"
현대 · 기아차가 2000년대 중반 베르나 및 프라이드 연구용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할 때 사용하던 배터리는 일본업체의 니켈수소(NI-MH) 제품이었다. 이 업체는 도요타 혼다 등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어 현대 · 기아차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기술협의를 갖자고 제안해도 "기술자를 파견할 수 없으니 차를 보내면 자신들이 알아서 맞추겠다"고 튕기기 일쑤였다.
수소문 끝에 LG화학이 차세대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LG화학에 차량용 배터리를 공동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때마침 도요타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카 출시를 2010년으로 2년 미룬다고 발표했다. 이때 일본 배터리업체가 현대 · 기아차를 찾았다. "도요타조차 포기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애쓰지 말고 니켈수소 배터리를 쓰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내 계약하지 않으면,앞으로 10배를 얹어줘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연구원들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1년 반 동안 LG화학 대전기술연구원을 오가며 배터리 개발에 매달렸다. 결국 GM 등 해외업체들이 탐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완성했다. 최근 일본 배터리업체는 종전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며 뒤늦게 머리를 숙였다. 퇴짜를 맞은 건 물론이다.
◆귀뚜라미 소리를 찾아라
작년 7월 연구원들이 시험제작차에 올랐다. 미세한 소음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하이브리드카는 일반 차량에 없는 고전압 전기 스위치를 쓰는데,스위치 작동음이 귀뚜라미 소리처럼 탑승자의 신경을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기모터 소리를 줄이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윙'하는 모터 구동소리가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엔진 회전수 3000rpm 대에서 특히 심했다. 이 소음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낮추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트렁크 공간도 포기 못해
연구원들은 개발 초기부터 트렁크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트렁크 외에 대형 배터리를 둘 공간이 없어서다. 연구원들은 한쪽 면이 뒷좌석과 밀착되는 반 사다리꼴 모양의 배터리를 고안했다. 이를 통해 골프백 2개까지 넣을 수 있는 트렁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구동모터를 장착하기 위한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존 부품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품을 수 백번씩 조립하고 분해했다. 여성 엔지니어인 하이브리드 설계팀의 전신혜 연구원은 "최근 보험상담 과정에서 고전압을 다루는 업무 때문에 가입을 거절당했다"며 "평범하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