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현지시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 · 미 간 직접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한 방문을 포함해 모든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과 양자 회담을 하려고 관심을 나타낸 데 대해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6자회담 틀 내에서만 대화하겠다'며 북한의 양자회담 제의를 거부해온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북한의 양자회담과 관련,"반쪽 조치에는 보상이 없다"며 일관된 대북관(觀)을 견지해왔다.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도 차이가 있다.

이 같은 한 · 미의 대북 전략을 잘 알고 있는 반 총장이 양자 간 대화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국제사회 현안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6자회담이 여전히 좋지만 이해 당사국 간 북 핵문제를 풀기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반 총장 발언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완화시킬 수 있다면 어떤 형태의 대화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원론적 차원의 언급"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다"며 "평양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장성호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