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상자에 듬뿍 담긴 '사랑의 돈 다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부심사委 열어 '장학금으로 접수' 결정
가칭 '등불장학금'…인재육성기금으로 활용
장학기금으로 써달라며 현찰 2억원이 든 과일 상자가 지난 30일 전남 담양군에 배달돼 화제다.
31일 담양군에 따르면 30일 오전 10시20분쯤 담양군청 행정과 사무실에 2억원의 지폐 묶음이 담긴 과일상자가 배달됐다. 상자에는 '담양 소방대 자녀 장학금으로 써달라'는 내용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담양군 관계자는 "돈 상자의 배달 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 상자는 지난 29일 오후 4시 28분 광주 광산구 비아우체국에서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발송했다"며 "이 60대 남자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챙이 둥글고 넓은 모자를 썼으며 보통 키에, 편안한 옷차림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체국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이 남자는 택배의 내용물을 묻자 '책'이라고 답했으며 발송인 란에 '광주 동구 충장로 OO서점 김XX'라고 적었다"고 덧붙였다.
서점과 전화번호가 실제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담양군은 익명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더이상 발송인 추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장학금을 익명으로 보낸 사람이 누구일까에 대한 추측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기부자가 "적신호가 행동을 막아 이제야 진행합니다"라고 동봉한 쪽지에 적고, 소방대 장학금으로 써 달라는 조건을 내건 점 등이 추측의 단서(?)가 되고 있다.
한편 담양군은 이날 기부심사위원회를 열어 과일 상자에 든 2억원을 장학금 접수로 결정짓고 구체적인 처리방안을 논의중이다.
담양군은 익명의 기부자가 돈과 함께 동봉한 편지에 "골목길에 등불이 되고파"라고 쓴 점에 주목해 장학금의 이름을 가칭 '등불장학금'으로 부르기로 했다.
군수 권한대행인 주영찬 부군수는 "익명의 기부자가 소방대 장학기금으로 써달라고 한 만큼 그분의 의사를 받아들여 성실하게 관리하겠다"며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참 아름다운 기부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