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서머타임의 경제학‥'더 밝은 1시간', 에너지 절감·여가 증가로 1300억 경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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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4월 재도입 추진
경제에 得 많다
전력ㆍ냉방 사용 줄어들고
교통사고ㆍ밤시간 범죄 감소
경제에 得 많다
전력ㆍ냉방 사용 줄어들고
교통사고ㆍ밤시간 범죄 감소
정부가 내년 4월부터 서머타임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한 데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는 '일광절약시간제'로 불리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에너지 절약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근무시간만 늘어나고 경제적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이후 22년 만에 재도입이 추진되는 서머타임은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득(得)일까,실(失)일까.
◆서머타임 도입되면
서머타임은 낮의 길이가 긴 여름철(통상 4~10월)에 한해 표준시를 한 시간 앞당기는 제도를 말한다. 내년 4월1일부터 서머타임을 실시한다고 가정하면 4월1일 새벽 1시를 2시로,아침 7시를 8시로 조정하는 식으로 실시된다. 원래 표준시를 적용할 때와 비교하면 아침엔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저녁엔 표준시 적용 때보다 더 밝은 한 시간을 얻는 셈이다.
정부는 서머타임 도입 효과로 먼저 에너지 소비 절감을 꼽는다. 평소보다 한 시간 빨리 활동하기 때문에 무더운 낮 시간대 근무가 줄어 냉방 및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서머타임 도입으로 퇴근시간은 오후 6시 그대로이지만 실제로 해가 저무는 시간은 표준시 적용 때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지기 때문에 퇴근 이후 여가활동을 즐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표준시 기준으로 일출이 오전 5시22분,일몰은 오후 7시53분인 7월15일의 경우 서머타임을 도입하면 밤 8시53분이 돼야 해가 저문다. 오후 6시에 퇴근한다고 치면 해가 지기까지 약 세 시간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서머타임을 도입할 경우 응답자의 50% 이상이 운동과 산책,야외활동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30% 이상은 연극 · 영화 관람,가족과의 친교활동,자기계발 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표준시 적용 때보다 밝은 시간에 퇴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평소보다 일찍 잠들기 때문에 밤 시간대 범죄를 줄이는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경제적 편익은 얼마?
서머타임 도입을 위한 비용과 경제적 편익은 얼마나 될까. 정부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은 서울대 경제연구소,한국개발연구원(KDI),에너지경제연구원 등 7개 연구기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9월까지 서머타임을 시행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최대 13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분석 결과를 보면 비용 측면에서는 국제항공 스케줄 조정 및 금융 전산망,행정정보망,각종 IT인프라 구축 등에 21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대이익 측면에서는 연간 전력소비량이 0.13~0.25% 감소해 약 341억~653억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생기고 교통사고 감소 등에 따른 808억~919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여기에 덧붙여 국민들의 여가활동 증가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07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서머타임 시행으로 영화관람,외식,쇼핑,국내관광 등이 늘어나 2조원의 경기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경제적 이득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실제로 올해 서머타임 연구용역을 맡은 KDI,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은 2007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선 서머타임 도입으로 전력 사용량 감소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800억~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입증할 근거는 취약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호주가 일부 지역에서 서머타임 제도를 도입했지만 에너지 절감 효과가 거의 없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머타임이 실시됐던 1987~1988년에 가계 전력소비가 줄었다는 증거가 미약하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었다.
◆"근무시간만 늘어" 반대 의견도 많아
경제적 편익 분석과는 별개로 서머타임 도입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큰 우려는 근무시간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이다. 서머타임이 도입돼 퇴근시간은 앞당겨지겠지만 선진국에 비해 초과 근무가 많은 국내 기업 및 관공서 특성을 감안할 때 정시 퇴근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오히려 초과 근무만 더 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1987년과 1988년 서머타임을 시행했을 때 월별 총 근로시간은 도입 이전인 1985년,1986년과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서머타임 시행이 결정되면 경제계,노동계와 함께 대대적으로 정시 퇴근 실천캠페인을 펼쳐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오는 10월까지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전 세계적인 저탄소 · 녹색성장 추세와 소득 수준에 걸맞은 삶의 질 개선 등을 감안할 때 서머타임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대하는 쪽에선 서머타임 도입 초기 시간대 변경으로 국민들의 혼란이 클 것이란 점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해진 IT · 전산시스템의 오류 가능성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흥 · 서비스업 등 일부 산업이 받을 타격도 우려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서머타임을 도입했던 1987년 주류 소비는 1년 사이 2.3% 감소했고 유흥업 매출도 30%가량 줄어들었으며 밤 9시 이후 택시승객도 3~5%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정부는 '일광절약시간제'로 불리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에너지 절약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근무시간만 늘어나고 경제적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이후 22년 만에 재도입이 추진되는 서머타임은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득(得)일까,실(失)일까.
◆서머타임 도입되면
서머타임은 낮의 길이가 긴 여름철(통상 4~10월)에 한해 표준시를 한 시간 앞당기는 제도를 말한다. 내년 4월1일부터 서머타임을 실시한다고 가정하면 4월1일 새벽 1시를 2시로,아침 7시를 8시로 조정하는 식으로 실시된다. 원래 표준시를 적용할 때와 비교하면 아침엔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저녁엔 표준시 적용 때보다 더 밝은 한 시간을 얻는 셈이다.
정부는 서머타임 도입 효과로 먼저 에너지 소비 절감을 꼽는다. 평소보다 한 시간 빨리 활동하기 때문에 무더운 낮 시간대 근무가 줄어 냉방 및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서머타임 도입으로 퇴근시간은 오후 6시 그대로이지만 실제로 해가 저무는 시간은 표준시 적용 때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지기 때문에 퇴근 이후 여가활동을 즐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표준시 기준으로 일출이 오전 5시22분,일몰은 오후 7시53분인 7월15일의 경우 서머타임을 도입하면 밤 8시53분이 돼야 해가 저문다. 오후 6시에 퇴근한다고 치면 해가 지기까지 약 세 시간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서머타임을 도입할 경우 응답자의 50% 이상이 운동과 산책,야외활동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30% 이상은 연극 · 영화 관람,가족과의 친교활동,자기계발 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표준시 적용 때보다 밝은 시간에 퇴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평소보다 일찍 잠들기 때문에 밤 시간대 범죄를 줄이는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경제적 편익은 얼마?
서머타임 도입을 위한 비용과 경제적 편익은 얼마나 될까. 정부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은 서울대 경제연구소,한국개발연구원(KDI),에너지경제연구원 등 7개 연구기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9월까지 서머타임을 시행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최대 13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분석 결과를 보면 비용 측면에서는 국제항공 스케줄 조정 및 금융 전산망,행정정보망,각종 IT인프라 구축 등에 21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대이익 측면에서는 연간 전력소비량이 0.13~0.25% 감소해 약 341억~653억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생기고 교통사고 감소 등에 따른 808억~919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여기에 덧붙여 국민들의 여가활동 증가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07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서머타임 시행으로 영화관람,외식,쇼핑,국내관광 등이 늘어나 2조원의 경기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경제적 이득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실제로 올해 서머타임 연구용역을 맡은 KDI,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은 2007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선 서머타임 도입으로 전력 사용량 감소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800억~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입증할 근거는 취약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호주가 일부 지역에서 서머타임 제도를 도입했지만 에너지 절감 효과가 거의 없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머타임이 실시됐던 1987~1988년에 가계 전력소비가 줄었다는 증거가 미약하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었다.
◆"근무시간만 늘어" 반대 의견도 많아
경제적 편익 분석과는 별개로 서머타임 도입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큰 우려는 근무시간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이다. 서머타임이 도입돼 퇴근시간은 앞당겨지겠지만 선진국에 비해 초과 근무가 많은 국내 기업 및 관공서 특성을 감안할 때 정시 퇴근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오히려 초과 근무만 더 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1987년과 1988년 서머타임을 시행했을 때 월별 총 근로시간은 도입 이전인 1985년,1986년과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서머타임 시행이 결정되면 경제계,노동계와 함께 대대적으로 정시 퇴근 실천캠페인을 펼쳐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오는 10월까지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전 세계적인 저탄소 · 녹색성장 추세와 소득 수준에 걸맞은 삶의 질 개선 등을 감안할 때 서머타임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대하는 쪽에선 서머타임 도입 초기 시간대 변경으로 국민들의 혼란이 클 것이란 점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해진 IT · 전산시스템의 오류 가능성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흥 · 서비스업 등 일부 산업이 받을 타격도 우려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서머타임을 도입했던 1987년 주류 소비는 1년 사이 2.3% 감소했고 유흥업 매출도 30%가량 줄어들었으며 밤 9시 이후 택시승객도 3~5%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