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증시가 1500대에 올라왔지만,투자자들의 고민은 되레 커지고 있다. 지난달로 어닝시즌(실적발표기간)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 온 깜짝 실적이란 강력한 호재가 힘을 잃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깜짝 실적의 효과로 주가도 이미 부담스런 수준인 종목이 많다. 전문가들은 2분기 깜짝 실적을 내놓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의 배경을 따져보고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IT 자동차 금융 등 깜짝 실적 선도

증권정보제공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종목 가운데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 컨센서스(평균치)가 있는 85개 종목(유가증권시장 71개,코스닥시장 14개)의 영업이익은 9조369억원으로 전망치보다 13.32% 많았다. 순이익은 컨센서스보다 32.06% 더 나왔다.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에 비해 122.7% 높게 발표된 것을 비롯해 85개 중 47개 종목의 실적발표치가 컨센서스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냈다. 이 가운데 특히 20개 종목은 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 발표치가 20% 이상 많았다.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휴맥스 LG전자 파트론 서울반도체 삼성테크윈 등 IT주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6일 실적 전망을 미리 공개하면서 실적 발표일까지 3주 동안 컨센서스가 높아지는 바람에 본사 기준 영업이익(1조636억원)이 컨센서스보다 다소 적었지만 분명한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다.

IT와 함께 자동차 금융 등이 깜짝 실적을 주도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2분기 영업이익을 컨센서스보다 각각 34.1%와 5.5% 높게 내놨다. 금융에선 삼성카드 부산은행 전북은행 대구은행 등의 실적이 돋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 한라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건설 한전KPS 등 건설주도 대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신세계 등 유통주도 깜짝 실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소비심리도 우려한 만큼 위축되지 않으면서 건설과 유통주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3분기 실적개선 지속 전망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도 개선세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2분기가 실적 피크일 것이란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며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IT 자동차 금융 등이 계속해서 실적 개선을 주도할 전망이다. 원 연구원은 "특히 IT와 자동차는 중국의 내수부양 수혜가 클 것"이라며 "더 많은 중국 사람들이 삼성전자의 TV를 보고,LG전자의 냉장고를 쓰며,현대자동차의 차를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은행들의 대손 부담이 줄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주는 내수 소비가 살아나는 데 힘입어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원 연구원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로 억눌려 있던 소비심리가 폭발하고 있다"며 "백화점 남성복 매장에 남성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처럼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은 최근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의 매매에서도 확인된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3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연속 매수세를 보인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여 7230억원 순매수했다. 이어 하이닉스와 LG전자를 각각 4007억원과 2247억원어치 사들였다.

또 신한지주(2433억원) KB금융(2325억원) 하나금융(1602억원) 등 은행주와 현대모비스(1361억원) 현대차(831억원) 기아차(704억원) 등 자동차주에도 매수세를 집중시켰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도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선 3분기까지는 실적 개선이 이어지겠지만 개선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주가의 탄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지만,실적은 아직 사상 최고와 거리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 이익을 회복했지만,주가는 아직 당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과 삼성전기 삼성SDI 태웅 등 장기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는 녹색성장주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