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다국적 기업이 다른 나라에 있는 계열사와 거래할 때 발생하는 이전가격을 악용한 탈세 조사를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불황으로 인한 세수 감소와 재정적자 확대를 타개하기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한 세금 징수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이전가격 세제란 해외에 자회사를 갖고 있는 기업의 법인세 회피를 막기 위한 제도다. 예컨대 A국의 기업(A1)이 B국에 있는 그룹 계열사(B1)에 통상 거래가격보다 싸게 자사 제품을 수출한 경우 A국에서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이 줄어 A1의 법인세 납부액이 작아진다. 이 경우 A국 세무당국은 시장에서의 실제 거래가격과 A1의 수출가격의 차액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미 국세청(IRS)은 이를 위해 이전가격 세제 조사요원을 현재 65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 아래 최근 채용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자 미 정부가 새로운 세원 발굴 차원에서 이전가격 세제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재정적자는 지난 6월 말 현재 1조달러를 넘어섰으며 2009회계연도(2008년 10월~2010년 9월)에는 1조8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현지 법인과 거래가 많은 일본이나 한국 기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매출이 5000만~3억달러(약 620억~3700억원)인 중간 규모의 기업들이 조사 대상에 많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정부도 최근 자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이전가격 세무조사 실시 방침을 예고하 바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