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내년 고용보험기금 사업비를 작년 수준인 5조원대로 축소키로 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를 맞아 올해 내놓았던 각종 실업 및 고용 관련 지원책을 내년까지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 한 해 확대 운용했던 실업 및 고용 관련 지원 예산을 평상시로 원상회복시키는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31일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2010년 고용보험기금 예산안을 마련하고 최근 고용보험전문위원회의 심의를 마쳤다"며 "세부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실업급여와 각종 지원금 지출 추이를 보면 실업난이 정점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는 경제 회복 전망과 기금 안정성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업난 해결을 위해 마련됐던 정부의 지원책 중 상당수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 축소 대상은 △기업이 고용 유지를 위해 무급 휴업을 할 경우 지원해주는 '무급휴업근로자지원금' △해고 대신 교대제를 통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지원하는 '고용유지교대제전환지원금' △고용유지 조치를 취하는 중소기업에 저리로 융자해주는 '중소기업고용유지자금 대부' 등이다.

또 실업난을 맞아 임금의 4분의 3 수준까지 확대됐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액도 3분의 1~3분의 2 수준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4000억원으로 책정했던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을 내년에는 1000억원까지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최고 60일까지 연장하는 특별연장급여 항목도 내년 예산안에서는 빠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부는 대신 내년에는 신규 고용 촉진에 정책의 무게 중심을 두고 신규고용촉진장려금 등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용보험 사업비 예산은 작년 5조6562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실업난이 가중되면서 각종 지원금이 불어나 7조8105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노동부가 내년 고용보험의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한 것은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그동안의 지출로 인해 기금 안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금이 줄면 기업과 직장인들이 내는 고용보험료를 늘려 확충해야 한다. 지난달 1일 시행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고용보험기금의 적정 수준을 전년 지출액의 최소 1~1.5배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금이 올 들어 크게 줄어들다 보니 내년 초에는 적정 수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비정규직 해고 사태 등으로 실업급여 신청자가 증가할 경우 내년에는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