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부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일대에서는 노사 양쪽의 선전방송이 재개됐다. 지난 30일 오전 노사 간 직접대화가 시작된 뒤 약 30시간 만이다.

파업을 측면 지원하겠다며 공장 앞에 모인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 · 사회단체들도 경찰과 충돌을 빚으며 이틀 만에 또다시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측은 이날 새벽 4시부터 4차 협상을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오전 6시55분께 정회했고 13시간가량 냉각기간을 가진 뒤 저녁 7시30분부터 밤샘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 쪽에서 진전된 안을 제시하며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노조가 유연성을 전혀 발휘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정리해고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00여명에 대해 순환 휴직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평행선을 달렸다.

◆순환휴직과 희망퇴직 입장차 커

회사 측은 협상 과정에서 무급 휴직자 수를 종전의 100명보다 많은 정리해고자(976명)의 20%선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최상진 쌍용차 기획 · 재무담당 상무는 "무급 휴직 등을 통해 정리해고자 수를 줄이는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라며 "사측이 일부 진전된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측은 지난 6월 말 정리해고자(976명)에 대해 희망퇴직 450여명,분사(간접업무 아웃소싱 후 재계약) 및 영업직 전환 320여명,무급 휴직 100명,우선 재고용 100명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지만,이번에 △희망퇴직 350여명 △분사 및 영업직 전환 320여명 △무급휴직 200명 △우선 재고용 100명 등으로 바뀐 안을 내놨다.

다만 퇴직자 수를 줄이기 위해 무급 순환휴직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휴직자 수가 대폭 늘면 4대 보험료 및 퇴직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강성 노조원들을 대부분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회사 측은 오전 브리핑에서 노조가 일부 분사 및 영업직 전환에 대해 수용했다고 밝혔지만,노조는 즉시 "분사나 희망퇴직 또한 사실상 해고이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려우며,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비상 인력운영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노사 모두 '상처투성이'

쌍용차 노사가 긴급 대화를 시작했지만 결국 청산 가능성만 더 높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점거파업 사태가 더 장기화했고,노조 및 노동운동 세력의 기대감만 키운 꼴이 됐기 때문이다. 사측이 노조의 '떼법'에 밀려 불법행위를 용인하고 구조조정 원칙에서 물러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모두 파국을 피하기 위해 막판 봉합에 나섰지만,오히려 파산절차를 밟은 뒤 우량자산을 바탕으로 '굿 쌍용'을 별도로 설립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 상태인 쌍용차가 당장 이달부터 생산 재개에 나서더라도 장기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공장을 돌릴 자금조차 없어서다. 두 달 넘게 생산 및 판매가 중단된 탓에 유동성이 완전히 바닥났다. 임직원 월급은 4개월째 밀려 있다.

노조 및 외부세력의 반발로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은 점도 쌍용차엔 큰 짐이 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안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해도 700명이 잉여인력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노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면 생산직 중 과반수가 일도 없이 월급만 받아가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미 생존 한계선 지났다"

쌍용차가 독자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은 쌍용차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제3자 인수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느냐다. 이유일 공동 법정관리인은 최근 "구조조정 문제만 원만하게 해결되면 인수자가 나타날 것"이라며 "인수를 타진하는 해외 및 국내 업체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기 '옥쇄파업'을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강경파'임을 드러낸 쌍용차 노조가 건재를 과시한 데다 생산성을 높일 뾰족한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이 회사를 선뜻 인수할 기업이 나타날지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평택=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