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으로 촉발한 대기업과 중소 상인 간의 갈등이 서점,제과점 등 소비재 관련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 · 중소기업 간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조정제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대기업의 신규 사업을 '올 스톱'시키는 수단으로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1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인천슈퍼마켓조합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옥련점(인천)에 대한 첫 조정 신청 이래 2주일 동안 SSM 관련 17건 등 총 18건의 사업조정 신청이 쏟아졌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GS리테일 등 SSM 사업자들은 지역 상인들과의 마찰을 우려해 신규 출점 계획을 늦추거나 보류하고 있다.

서울시서점조합도 이달 말 개장하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쇼핑몰 내 8264㎡ 규모로 매장을 여는 교보문고를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서를 7월30일 중기중앙회에 냈다. SSM 이외의 업종에서 사업 조정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서점조합은 신청서에서 "교보문고 목동점을 포함해 영등포 인근 5㎞ 반경에는 이미 대형서점이 4곳이나 있다"며 "추가로 대형서점이 들어서면 동네 영세서점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과점,주유소,카센터,안경점 등도 기업형 출점을 막기 위한 사업조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어 조정 신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제과협회는 대형마트에 이어 SSM과 대형 제빵업체들까지 공격적인 출점으로 골목 제과점들이 연쇄부도 사태에 내몰리고 있다며 사업조정 신청을 준비 중이다. 한국주유소협회도 오는 5일 전체회의에서 대형마트 한 곳을 정해 사업조정 신청을 낼 예정이다. 자동차정비부문연합회는 삼성 애니카 등 대기업 계열 정비소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점(인천)에 사업 개시 일시 중지를 권고한 이후 전 업종에 걸쳐 사업 조정에 관한 문의가 하루 30여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사업조정 신청과 별도로 시장연합회,안경사협회,한국화훼협회,한국주유소협회,한국미용사회 등 20여개 중소 상공인 단체들은 6일 '전국소상공인단체협의회'를 출범하기로 해 집단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자율조정 기능을 시 · 도지사에게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조정제도 변경안을 5일 고시할 예정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