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소비재 그룹인 롯데가 지난 3월 소주시장에 뛰어든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알코올 도수를 16.8도로 파격적으로 낮춘 신제품을 앞세워 다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태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롯데주류의 고전은 시장점유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전국 점유율이 12.6%로 두산주류BG 시절인 지난 2월(12.4%)에 비해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정도 점유율이면 '롯데 임팩트'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 시절부터 '처음처럼'이 강세를 보여 온 수도권에선 오히려 점유율이 하락세다. 지난 2월 21.7%에서 6월에는 20.5%로 내려간 반면 진로는 77.6%에서 78.6%로 높아졌다.

롯데주류의 가장 큰 고민은 그룹의 텃밭인 부산에서의 고전이다. 전국 두 번째 시장이자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연고지로,롯데가 소주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인 곳.실제로 올초 사직구장에서 무학소주 광고판을 떼고 그 자리에 '처음처럼' 광고판으로 대체했고,롯데자이언츠 유니폼에 '처음처럼' 로고를 새겨 넣었다. 특히 롯데는 부산 지역에서 대선주조,무학소주 등에 맞서 뿌린 판촉비만도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부산 음식점,유흥업소 등에선 무료 · 덤 소주가 넘쳐 나 '소주 돈 내고 마시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부산에서 롯데의 점유율은 지난 6월 현재 고작 2.1%다. 두산 시절 0.4%(2월)에 비해 5배로 높아졌다지만 큰 의미를 둘 수 없는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룹 최고위층에서 롯데주류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지난달 말 계열사 정례보고 자리에서 신격호 롯데회장으로부터 점유율 부진 등을 이유로 크게 질책받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신 회장은 부산에서 이른 시일 내에 점유율을 끌어 올릴 것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6.8도짜리 신제품 '처음처럼 마일드'를 이달 중 서둘러 출시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17도 미만의 술은 밤 10시 이후 TV광고가 가능해 롯데가 이를 활용해 부산에서 판을 새로 짜려 할 것"이라며 "향후 롯데의 실적과 맞물려 지방 소주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대두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