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으로 촉발된 대기업과 중소 상인간 갈등이 소비재 관련 전 업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서울시 서점조합은 지난 주말 교보문고의 서울 영등포 한 쇼핑몰내 점포 개설을 막아달라며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SSM 외에 사업조정 신청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제과점,주유소,안경점,꽃집,화장품 등도 조만간 대기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사업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다간 사업조정제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 상인간 싸움을 부추기는 제도가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이 같은 알력은 단순한 상권 다툼을 넘어 또 다른 사회 갈등(葛藤)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고,서둘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선 사업조정제가 대기업의 신규사업을 '올스톱'시키는 수단으로 남발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지금처럼 업종이나 업태 관련 기준 없이 모두 접수하는 일이 계속되면 거의 모든 업종 소상인들이 조정에 매달리게 될 것은 뻔하다. 따라서 조속히 사업조정 신청기준과 대상을 명확하게 정해 마구잡이식 조정 신청과 그에 따른 갈등과 혼란을 사전에 걸러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사업조정제는 SSM을 둘러싼 갈등의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만큼 보다 근원적 처방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SSM 규제 문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인 만큼 묘안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정부나 정치권이 모두 눈치만 보면서 소극적으로 방치해서는 더욱 곤란하다.

궁극적으로는 SSM을 포함한 유통업도 완전 경쟁체제가 바람직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는 중소 상인 보호 또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SSM 개설시 등록제를 포함, 일정 기준을 도입하는 문제를 서둘러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등록 요건으로는 지역민 의무고용, 상품구매 경로 확대 등 지역 상인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출토록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필요하다면 지역 상권 피해 정도를 사전조사해 등록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지역 유통업체를 프랜차이즈로 흡수하거나 SSM 진출은 자유화하되 지자체가 영업시간 거래품목 등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어떤 방법이 됐든,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데 당국이나 정치권이 팔짱 끼고 있어선 안된다. 최소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 의사라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