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당시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 중 2008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2%인 12개사에 불과했다는 것이 삼일회계법인의 조사 결과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경우 부자 3대를 못 간다는 옛말이 기업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이처럼 반세기를 버티기도 힘든 마당에 많은 기업인들의 소망인 '100년 장수기업'이란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부터 본지에 연재 중인 '대를 잇는 가업'들에 소개된 기업들의 평균 업력(52년)은 돋보이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높은 경제성장률 속에 창업주의 헌신과 후계자의 혁신이 조화를 이룬 결과로 해석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 만큼 향후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지기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점유율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될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기업이 문을 닫거나 팔리지 않고 경영활동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정답은 나와 있다. 매년 매출을 늘리면서 이익도 증가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천은 지극히 어렵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높은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만 생산할 수 있다면 판매를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도덕성과 윤리성을 소홀히 하다간 큰 코 다친다. 특정 글로벌 기업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하청기업이 납품원가를 낮추기 위해 비인도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선진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이러다보니 일류 기업들일수록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능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속가능경영이란 책임경영,윤리경영,지배구조 개선,사회공헌,상생경영,가족적 노사관계 등을 총칭하는 말로 한마디로 '이해관계자 기반 경영'을 뜻한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만만치 않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GE는 기후변화에 대응,2002년 풍력발전 사업을 인수하는 등 무공해 전력발전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수익이 4배가량 뛰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제2의 위기'가 어떤 식으로 올지 모른다. 경쟁 기업이 늘어나고 인터넷 등으로 인한 상호작용이 늘어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당초 컴퓨터 제조회사였던 IBM의 변신은 주목할 만하다. IBM은 해결책을 만들고 가치를 만드는 '토털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면서 작년 하반기 경제위기 속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냈다. 2002년 2.43달러였던 주당 순이익은 지난해 8.92달러에 달했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끊임없는 이동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해법은 지속가능 경영에 염두를 두면서 적응력을 강화하는 데서 찾아야할 성 싶다. 향후 도래할 기회를 파악하고 경쟁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성쇠를 좌우하는 요인은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내부의 조직력이란 점에 유념할 때다.
최승욱 과학벤처중기부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