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공인중개사 주선으로 아파트를 사들이려다가 사기를 당했더라도 공인중개사로부터 손해액의 50%만 보상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공인중개사가 ‘계약의 안전’을 보장할 것으로 믿고 계약하자 유무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매수자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부장판사 문영화)는 아파트를 매수하려다 계약금과 중도금 2억원을 사기당한 장모(44)씨 등이 매매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김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손해액의 50%인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공인중개사로서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칭 소유자가 제시한 주민등록증이 위조된 것임을 알아채지 못해 원고가 실제 권리자로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도 사칭 소유자가 실제 아파트의 소유자인지 의심해 볼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아파트 값이 다소 싸다는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극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한 과실이 있어 피고측 배상 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2007년 9월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한채를 구입하기 위해 수소문을 하던중 H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씨로부터 매물을 소개받고 희망가격을 9억5천만원으로 제시했으나 10억원 이하로는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칠 뒤 매도자는 외국에 나가게 돼 아파트를 급히 처분해야 한다며 매매가를 9억6천만원으로 낮추는 대신 대금(근저당 제외한 실지급액 3억4천만원)을 일주일 이내 완불해 달라고 제의했고,장씨는 다시 며칠 뒤 매도자를 만나 계약금 3천만원과 중도금 1억7천만원을 지급했다.하지만 잔금 지급일 매도자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확인한 결과 실제 아파트 소유자는 따로 있고 계약과 함께 돈을 송금받은 이는 주민등록증 등을 위조해 소유자를 사칭했던 것으로 드러나자 장씨는 공인중개사 김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