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고급 레스토랑은 손님들로 북적인다는데 나는 왜 여전히 빚에 쪼들리고 있을까. '

중산층 이상이 느끼는 경기는 상당히 좋아졌지만 서민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들어오는 수입은 줄어드는데 매달 갚아야할 이자는 오히려 늘어간다. 언제 이 빚을 청산하고 내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아득하기는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은행들이 서민들의 빚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내놓은 각종 프로그램과 상품들을 잘 살펴보면 미래를 향해 뛸 수 있는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다.

◆감당하기 힘든 빚은 채무조정

급한 것은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개인프리워크아웃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체기간이 30일 초과 90일 미만인 단기 연체자가 대상이다.

3개월 이상 연체자는 금융권에서 신용불량자라는 딱지가 붙어 신규 대출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연체기간이 3개월 미만인 5억원 이하 채무에 대해 연체이자는 면제되고 대출이자는 감면받는 등 사전채무조정이 이뤄진다.

연체기간이 3개월을 넘었다면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과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워크아웃은 5억원 이하 채무,채무재조정은 3000만원 이하 채무에 대해 조정을 해준다. 이자는 모두 면제되고 원금은 8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면 된다.

◆고금리는 낮은 금리로 갈아타라

너무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것 같은 서민들은 캠코의 전환대출을 통해 낮은 금리의 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지난해 12월31일 이전에 연 20% 이상의 고금리로 3000만원 이하의 대출을 받은 저신용 계층(7~10등급) 중 일정한 직업과 소득이 있고 최근 3개월 내 30일 이상 연체가 없으면 신청 가능하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신용등급에 따라 연 9.5~13.5%의 대출로 바꿀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한국이지론도 최고 연 49%에 이르는 대부업체 대출을 연 30% 안팎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환승론'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업체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 없이 갚은 채무자가 대상이다. 이지론 사이트에는 환승론 외에 300여개 금융회사의 800여개 금융상품이 소개돼 있어 개인별로 가장 낮은 금리에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을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자영업자가 사업자금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신용보증재단과 연계해 시행하는 '유동성 지원 특례보증'이나 중소기업청이 실시하는 '금융소외 자영업자 특례보증'을 눈여겨볼 만하다. 신용등급에 따라서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다.

◆서민들에 한발 더 다가선 은행들

은행 문턱은 서민들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시중 은행들도 경제 위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처음엔 정부의 독려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지원에 나섰지만 지금은 서민대출이 꼭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여러 가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연소득이 2000만원이 안되는 저소득자나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들에게 7%에서 15%의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국민은행의 'KB행복드림론',우리은행의 '우리 이웃사랑 대출',신한은행의 '신한 희망대출',농협의 'NH근로자 생계보증대출',외환은행의 '희망파트너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마다,고객에 따라 금리나 대출기간이 조금씩 차이나지만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에 비해 훨씬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은 같다. 기업은행은 근로복지공단과 제휴해 6300여억원 규모로 실업자와 비정규직에게도 생활 안정을 위한 직업훈련 생계비를 지원하는 'IBK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색다른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은 은행도 있다. 생계형 소액 연체자가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채무를 갚을 수 있는 우리은행의 '사회봉사 채무감면제도'가 눈에 띈다. 500만~1000만원의 소액 대출 연체자가 사회봉사활동이나 은행이 인정하는 직업훈련 과정을 마치면 포인트를 부여해 채무 감면이나 신용관리 대상 정보 등록을 해제해 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