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4일부터 사흘간 고향인 남해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

박 대표는 재선거 지역으로 확정된 경남 양산 출마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3일 "박 대표가 이틀 또는 사흘간 남해에 머물면서 당 화합 방안과 함께 본인의 거취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양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며,이달 중순까지 주소지를 양산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출마를 두고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친이계 측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친이 측은 박 대표의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출마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가 자칫 낙선할 경우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점에서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친이 측은 박 대표가 출마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한 채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 측 관계자는 "현재 박 대표의 출마에 대한 친이 핵심부의 부정적인 기류는 사실"이라면서 "박 대표가 당 대표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공천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친박복당 문제 등에서 박 대표의 도움을 받은 친박계는 박 대표가 출마할 경우 적극 지원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친박 측 한 의원은 "우리가 어려울 때 성의를 보였던 분에 대해 모른 척 한다면 친박도 정치적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박 대표가 공천을 받는다면 상당수의 친박계 의원들이 직접 양산에 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대표직을 던지고 출마할 경우 당내 역학구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출마로 대표직이 공석이 된다면 차점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석이 되는 최고위원직에는 이재오 전 의원을 지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을 통해 두 사람이 '한시적 연대'를 이루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친박계는 박 대표가 선거에 나올 경우 대표직을 유지하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