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맞벌이로 산다는것‥아내에게 말할뻔 했다…당신 사표쓰면 대출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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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은 : 아내 회사 그만둘까 속으로 전전긍긍, 휴일이 더 힘들어…주말에도 출근
아내들은 : 같이 회사 다니면서 집안일은 내몫? 내 월급 더 많다고 주눅든 남편 싫어
아내들은 : 같이 회사 다니면서 집안일은 내몫? 내 월급 더 많다고 주눅든 남편 싫어
공기업에 다니는 김훈기 과장(35)은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대기업 재무부서에서 일하는 아내가 "요즘 너무 힘들다"며 퇴직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아내의 연봉은 자신의 3분의 2에 불과했지만,아내의 수입 없이는 전세비 대출금과 아이 양육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러면 대출은 누가 갚느냐'는 말이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왔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대신 아내를 달래고 또 달랬다. 부인과 벌이던 '기싸움'도 당장 그만뒀다. 칼퇴근해서 저녁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주말에는 청소에 빨래까지 몸 바쳐 일한다.
맞벌이를 하는 김 과장,이 대리가 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외벌이보다 윤택하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동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정 살림과 육아에 따른 속앓이는 어쩔 수 없다. 때론 집안일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직장생활의 긴장감을 가정까지 이어간다.
◆아내는 지원군? 남편들은 불안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다. 집값과 양육비가 가파르게 올라 어지간히 잘 버는 외벌이가 아니라면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아내가 회사를 그만둘 낌새라도 보이면 안절부절못하는 남편들이 대다수다. 맞벌이를 한다면 '못난 놈'으로 조롱거리가 됐던 과거와는 천양지차다.
헤드헌팅회사 근무 5년차인 박영석씨는 지자체 공무원인 아내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해 주기 때문이다. 박씨는 "팀장과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고 때려치우겠다 하면 아내는 언제나 '좀 쉬었다가 다른 데 알아보라'고 격려한다"며 "이런 격려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내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하면 겉으로는 편할대로 하라고 하면서도 진짜 그만둘까봐 겁이 덜컥 난다"고 털어놨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아내의 경제적 능력이 남편을 앞서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일부 남편들의 입맛은 씁쓸하기만 하다. 결혼 10년차인 대기업 김모 차장(43)은 부인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에 가정 불화를 겪고 있다. 김씨 회사의 경쟁사에 근무하는 그의 아내는 약 3년 전 그보다 먼저 차장으로 승진했다. 최근에는 팀장이 됐다. 아내 연봉이 그의 연봉을 추월한 지는 꽤 됐다. 김 차장은 "아내는 담담한데 솔직히 나는 괴롭다"며 "초등학생 아이들이 나를 얕잡아 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 있다"고 말했다.
사내커플로 맞벌이를 하는 경우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잉꼬부부'로 이름난 제약회사 김모 대리(33)는 부서 회식 중에 상사에게 한바탕 깨지고 있을 때 아내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는 "망신스러워서 집에 들어가서 술에 취한 척 바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고 회고했다.
◆주중에는 회사일,주말에는 집안일
맞벌이 부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원인은 십중팔구 집안일 아니면 육아문제다. 김재상씨(39)는 주중보다 집에서 쉬는 주말이 더 힘들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설거지,화장실 청소 등 '가사의 3D'를 다 하고 나면 삭신이 쑤신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김씨는 "차라리 주말에 회사 가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다"고 말했다.
아내들의 관점에선 남편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혜진씨(30)는 "회사에서 일하기는 마찬가진데 왜 집안일과 아이 키우기는 아직도 여자 몫처럼 돼 있는지,남편들은 왜 절대로 '자기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고 푸념했다.
집안일을 덜기 위해 갖가지 꼼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바이오벤처회사에 다니는 한모 과장은 최근 아내와 '빨래 걷지 않기' 협약을 맺었다. 그는 "어차피 다시 신을 양말,다시 입을 팬티를 돌돌 말고 개느니 그냥 건조대에서 곧바로 걷어 입기로 했다"며 "이런 게 바로 맞벌이 살림의 '공정혁신'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결혼 3년차 조충환씨(36)는 "맞벌이 부부는 아예 혼수로 식기세척기 ·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 로봇청소기를 마련하는 게 좋다"며 "특히 남자들에게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임신 · 출산 · 육아는 맞벌이 최대 난제
집안일은 약과다. 임신과 출산,육아 문제에 이르면 맞벌이 부부들의 골치는 지끈거린다.
중견기업 직원 조모 대리(34)는 혼자 2년간 해외 연수를 다녀오겠다는 아내의 요청을 수락하며 사실상 아이 갖기를 포기했다. 성취욕이 강한 아내에게 임신과 출산을 강요하기는 어려웠다.
반대로 임신을 하고 싶어도 회사일에 치여 실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방송사 직원 이모씨(여 · 32)는 지난 2년간 세 차례나 유산했다. 습관성 유산 진단을 받고 남편과 함께 불임 클리닉에 다니고 있지만 직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회사에서 임신 초기만이라도 조금 배려를 해 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아이를 얻은 뒤에도 문제는 계속된다. 결혼 3년 만에 얻은 9개월된 아들을 친정에 맡긴 박모씨는 "안심이 안 돼 식사 때마다 집에 전화해서 뭘 먹였는지 아이는 어떤지 물어봤는데 상사가 '회사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못봤는데 역시 모성이 대단하다'며 비아냥댄 게 가슴에 대못으로 박혀 있다"고 분개했다.
IT(정보기술)업체에 근무하는 정모씨(33 · 여)는 결혼 전에는 '전투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회사일에 열정을 태웠다. 지금은 오후 6시만 되면 힐끔힐끔 시계를 보며 초조해한다. 세 살짜리 딸이 어린이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서다. 예상치 못한 회식까지 잡히면 가는 척만 했다가 금세 빠져나온다. 정씨는 "회식은 가급적 불참한다"며 "결혼 전만큼 일에 헌신하기 어렵고,그렇다고 아이에게 잘해주지도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맞벌이에 지친 가족들에겐 가끔 '외벌이 회군'도 일어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유윤호씨(36)는 최근 아내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권유해 퇴직시켰다. 아이 둘을 처가와 본가에 하나씩 맡기는 이산가족 삶이 지긋지긋한 데다 건강이 나빠진 아내 몸도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커플시너지…맞벌이 즐거움도 쏠쏠해
그래도 맞벌이의 장점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더 이상 집안에만 머물러 있고 싶어하지 않는 시대다. 부부가 유사 업종에 종사하면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누리는 '시너지 효과'는 맞벌이만의 즐거움이다.
외국계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정혜진 대리.그의 남편은 국내 대기업 마케팅 담당 직원이다. 정 대리는 "남편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해 문제점을 미리 찾아내기도 하고,남편은 관련 업계의 정보를 심심찮게 가져다 줘 도움이 크다"고 귀띔했다. 맞벌이로 열심히 돈을 벌어 동반 유학을 가거나 의기투합해 부부창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상은/이관우/이정호/정인설 selee@hankyung.com
'그러면 대출은 누가 갚느냐'는 말이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왔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대신 아내를 달래고 또 달랬다. 부인과 벌이던 '기싸움'도 당장 그만뒀다. 칼퇴근해서 저녁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주말에는 청소에 빨래까지 몸 바쳐 일한다.
맞벌이를 하는 김 과장,이 대리가 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외벌이보다 윤택하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동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정 살림과 육아에 따른 속앓이는 어쩔 수 없다. 때론 집안일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직장생활의 긴장감을 가정까지 이어간다.
◆아내는 지원군? 남편들은 불안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다. 집값과 양육비가 가파르게 올라 어지간히 잘 버는 외벌이가 아니라면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아내가 회사를 그만둘 낌새라도 보이면 안절부절못하는 남편들이 대다수다. 맞벌이를 한다면 '못난 놈'으로 조롱거리가 됐던 과거와는 천양지차다.
헤드헌팅회사 근무 5년차인 박영석씨는 지자체 공무원인 아내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해 주기 때문이다. 박씨는 "팀장과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고 때려치우겠다 하면 아내는 언제나 '좀 쉬었다가 다른 데 알아보라'고 격려한다"며 "이런 격려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내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하면 겉으로는 편할대로 하라고 하면서도 진짜 그만둘까봐 겁이 덜컥 난다"고 털어놨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아내의 경제적 능력이 남편을 앞서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일부 남편들의 입맛은 씁쓸하기만 하다. 결혼 10년차인 대기업 김모 차장(43)은 부인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에 가정 불화를 겪고 있다. 김씨 회사의 경쟁사에 근무하는 그의 아내는 약 3년 전 그보다 먼저 차장으로 승진했다. 최근에는 팀장이 됐다. 아내 연봉이 그의 연봉을 추월한 지는 꽤 됐다. 김 차장은 "아내는 담담한데 솔직히 나는 괴롭다"며 "초등학생 아이들이 나를 얕잡아 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 있다"고 말했다.
사내커플로 맞벌이를 하는 경우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잉꼬부부'로 이름난 제약회사 김모 대리(33)는 부서 회식 중에 상사에게 한바탕 깨지고 있을 때 아내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는 "망신스러워서 집에 들어가서 술에 취한 척 바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고 회고했다.
◆주중에는 회사일,주말에는 집안일
맞벌이 부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원인은 십중팔구 집안일 아니면 육아문제다. 김재상씨(39)는 주중보다 집에서 쉬는 주말이 더 힘들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설거지,화장실 청소 등 '가사의 3D'를 다 하고 나면 삭신이 쑤신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김씨는 "차라리 주말에 회사 가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다"고 말했다.
아내들의 관점에선 남편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혜진씨(30)는 "회사에서 일하기는 마찬가진데 왜 집안일과 아이 키우기는 아직도 여자 몫처럼 돼 있는지,남편들은 왜 절대로 '자기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고 푸념했다.
집안일을 덜기 위해 갖가지 꼼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바이오벤처회사에 다니는 한모 과장은 최근 아내와 '빨래 걷지 않기' 협약을 맺었다. 그는 "어차피 다시 신을 양말,다시 입을 팬티를 돌돌 말고 개느니 그냥 건조대에서 곧바로 걷어 입기로 했다"며 "이런 게 바로 맞벌이 살림의 '공정혁신'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결혼 3년차 조충환씨(36)는 "맞벌이 부부는 아예 혼수로 식기세척기 ·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 로봇청소기를 마련하는 게 좋다"며 "특히 남자들에게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임신 · 출산 · 육아는 맞벌이 최대 난제
집안일은 약과다. 임신과 출산,육아 문제에 이르면 맞벌이 부부들의 골치는 지끈거린다.
중견기업 직원 조모 대리(34)는 혼자 2년간 해외 연수를 다녀오겠다는 아내의 요청을 수락하며 사실상 아이 갖기를 포기했다. 성취욕이 강한 아내에게 임신과 출산을 강요하기는 어려웠다.
반대로 임신을 하고 싶어도 회사일에 치여 실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방송사 직원 이모씨(여 · 32)는 지난 2년간 세 차례나 유산했다. 습관성 유산 진단을 받고 남편과 함께 불임 클리닉에 다니고 있지만 직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회사에서 임신 초기만이라도 조금 배려를 해 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아이를 얻은 뒤에도 문제는 계속된다. 결혼 3년 만에 얻은 9개월된 아들을 친정에 맡긴 박모씨는 "안심이 안 돼 식사 때마다 집에 전화해서 뭘 먹였는지 아이는 어떤지 물어봤는데 상사가 '회사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못봤는데 역시 모성이 대단하다'며 비아냥댄 게 가슴에 대못으로 박혀 있다"고 분개했다.
IT(정보기술)업체에 근무하는 정모씨(33 · 여)는 결혼 전에는 '전투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회사일에 열정을 태웠다. 지금은 오후 6시만 되면 힐끔힐끔 시계를 보며 초조해한다. 세 살짜리 딸이 어린이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서다. 예상치 못한 회식까지 잡히면 가는 척만 했다가 금세 빠져나온다. 정씨는 "회식은 가급적 불참한다"며 "결혼 전만큼 일에 헌신하기 어렵고,그렇다고 아이에게 잘해주지도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맞벌이에 지친 가족들에겐 가끔 '외벌이 회군'도 일어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유윤호씨(36)는 최근 아내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권유해 퇴직시켰다. 아이 둘을 처가와 본가에 하나씩 맡기는 이산가족 삶이 지긋지긋한 데다 건강이 나빠진 아내 몸도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커플시너지…맞벌이 즐거움도 쏠쏠해
그래도 맞벌이의 장점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더 이상 집안에만 머물러 있고 싶어하지 않는 시대다. 부부가 유사 업종에 종사하면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누리는 '시너지 효과'는 맞벌이만의 즐거움이다.
외국계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정혜진 대리.그의 남편은 국내 대기업 마케팅 담당 직원이다. 정 대리는 "남편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해 문제점을 미리 찾아내기도 하고,남편은 관련 업계의 정보를 심심찮게 가져다 줘 도움이 크다"고 귀띔했다. 맞벌이로 열심히 돈을 벌어 동반 유학을 가거나 의기투합해 부부창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상은/이관우/이정호/정인설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