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쌍용차] "협상결렬로 희망 무너졌다…농성자 30~40% 이탈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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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노조원 "상당수 환청 등 이상증세"
민노총-회사직원 충돌로 부상자 속출
민노총-회사직원 충돌로 부상자 속출
"아내는 우울증에 걸렸고 어머니는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가정을 살리기 위해 들어왔는데 나 때문에 오히려 가정이 깨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협상까지 결렬돼 미련없이 나왔다. "(농성이탈자 A씨)
"노사협상이 결렬됐지만 무급휴직 조치라도 기대하고픈 마음에 빠져나왔다. "(이탈자 B씨)
지난 2일 쌍용자동차 불법 농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점거파업을 포기하고 이탈하는 노조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파업 이탈자들은 "노사가 최종 협상을 벌이면서 정리해고가 철회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아무런 소득없이 협상이 결렬돼 허탈해하는 노조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경찰이 쌍용차 평택공장에 진입한 이후 13일간 32명에 불과했던 이탈자 수는 협상이 결렬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 동안에만 10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도장공장에는 현재 노조원 500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이날 새벽 파업에서 이탈한 C씨는 "지난달 하순 파업 현장을 빠져나가겠다고 아내와 약속했는데 노사가 협상을 시작해 기다려봤다"며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고,이제 와서 기대할 수 있는 건 회사 측의 무급휴직 확대 조치밖에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저녁 도장공장을 나온 또 다른 이탈자 D씨는 "7000만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는 마당에 회사 측으로부터 5000만원 정도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난 뒤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동안의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이탈자들은 노조 내부 상황에 대해 "일정 규모의 정리해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과 한 명이라도 정리해고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 파업 이탈자는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도장공장 점거 노조원 중 60~70%는 절대 내 발로 걸어나가지 않겠다는 강경파인 것 같다"며 "나머지 30~40%는 파업을 끝내고 공장을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집행부나 동료들과의 인간 관계를 고려해 아직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곧 빠져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 집행부는 현재 파업에서 이탈하는 노조원들을 막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도장공장 앞에 경찰력이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공권력이 투입된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많은 노조원들은 환청을 듣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고 연장을 바닥에 두드리며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사측 직원과 민주노총 충돌
이날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서는 노사 협상 기간 중단됐던 경찰과 노조원 및 노 · 노 간 충돌이 다시 시작됐다. 경찰은 이날 경비병력을 30개 중대에서 40개 중대로 1000여명 추가 배치했다. 경찰은 노사 협상 기간 중단했던 헬기를 이용한 최루액 살포도 이날 재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사 대화가 결렬된 만큼 남은 것은 공권력 투입밖에 없지 않느냐"며 "안전한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 임직원 2000여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정상 출근해 노조원들이 점거 중인 도장2공장 진입을 검토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임직원들은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사측 용역직원들과 함께 지게차 등을 동원해 도장공장 옆 부품도장공장과 폐수처리장으로 접근,철제 팔레트 등 장애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이에 노조원들은 도장공장 옥상에서 볼트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업 준비를 위해 조립공장 등에 들어갈 수 있는 진입로를 확보하려는 작업"이라며 "도장공장에 직접 들어가는 시점이나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격앙된 일부 임직원들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도장공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말해 노 · 노 충돌이 재연될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쯤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문제를 놓고 사측 직원들과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양측은 말다툼을 벌인 끝에 서로에게 돌을 던졌고,사측 직원 1명이 머리에 돌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부상자가 속출했고 4~5명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편 쌍용차 600여개 부품 · 협력사로 구성된 협동회 채권단은 이날 오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5일 법원에 쌍용차 파산신청을 내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평택=이상열/서보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