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고민해서 만든 비정규직보호법도 불완전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한 달 만에 고치겠다니,한나라당은 요술방망이라도 있는 겁니까. "

한나라당이 '이달 안으로 비정규직법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데 대해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최근 몇 달간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국회의 논의 과정을 먼 발치서 지켜봤다는 그는 "여야가 7월 비정규직법 적용 직전까지는 말싸움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막상 상황이 종료되니 '벼락치기'를 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국회서 노동부와 당정협의를 갖고 정기 국회 전에 비정규직 제도에 대한 근본 개선책을 내놓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비정규직법의 '고용기간 2년'조항이 적용,해고자가 양산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원래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적용을 1년 6개월 유예하면서 그 기간에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디어법 국면에서 여야 합의가 어려워지자 당내 노동법TF를 구성,본격적인 아이디어 수렴에 나섰다. 조원진 환노위 간사는 "기간 연장이나 유예안 또는 새 입법대안을 마련해 9월 중 비정규직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래야 1185억원의 정규직 전환지원금도 집행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꼬일대로 꼬인 비정규직법의 대안을 한 달 안에 제대로 만들 수 있느냐다. 당 TF에서는 기간제 폐지나 비정규직 차별,사내하청 문제 등 다양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폭넓게 논의할 계획이지만 휴가철에 시간 잡는 것부터 쉽지 않다. 게다가 야당과 노동계,재계 등에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낼 만한 로드맵도 아직 없다. 서두르다가 어설픈 대안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조급증과 달리 노동부는 무력증에 빠져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노동부에서 냈던 연장안을 당이 안 받았던 만큼 당에서 더 좋은 안을 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노동부를 배제한 채 의원들끼리 현실에 맞는 대안을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달 만에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의 '호언장담'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다시 울리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김유미 정치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