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환영받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시 영도구 남항시장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 민생회복 투쟁위원회’(투쟁위) 시위를 마친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소감이다.100일 장외투쟁의 첫 주말을 부산 대구에서 보낸 정 대표 등 투쟁위 지도부의 표정은 밝았다.한나라당 지지지역인 영남에서 자신감을 얻은 민주당은 이를 동력으로 100일간 장외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이미경 사무총장,강기정 안규백 최영희 김상희 김희철 의원 등과 지난달 31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의 남항시장을 찾았다.이날 오후 5시께 남항시장 입구에 민주당 버스가 도착하자 미리 대기하던 50여명의 경찰들과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 언성과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너댓명의 노인들은 정 대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국회 가서 하란 말이야.여기서 뭐하는 거야”라며 소리를 질렀고 “좀 들어나봅시다.조용히 좀 해요”라며 이를 저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정 대표가 “언론악법은 민생과 관계없는 재벌방송을 만들 뿐만 아니라 부산일보,국제신문 같은 지역신문을 죽이는 법이기 때문에 악법이다”라고 연설하자 100여명의 시민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투쟁위의 집회가 있는 줄 알고 와서 기다렸다는 대학생 이모씨(22)는 “미디어법 처리 절차가 잘못된 걸 다들 알고 있다”며 “부산지역의 대학생을 비롯해 젊은 층들 사이에선 다 김형오 의장이 잘못했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이씨는 또 “왜 민생도 아닌 법을 그렇게 급하게 처리했어야 하는지 의아하다”며 “부산은 원래 한나라당이니까 어른들도 어쩔 수 없이 김형오 의장을 뽑은 것이지 만약 더 좋은 인물이 나오면 아마 인물을 보고 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항시장에서 이른 저녁을 먹다가 정 대표의 연설을 들으러 나온 이장안씨(52)는 “저는 지금까지 4번 내리 김형오 의원을 뽑은 김형오 지지자인데 이번에 미디어법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하는 건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40년 동안 영도에서 살아온 조금순씨(58)는 “김형오 의원이 선거 때 상대 후보의 가족사까지 들추는 걸 보고 진저리를 냈다”며 “주변에서 이번 미디어법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조씨는 정 대표의 연설을 귀담아 듣다가 ‘언론악법 원천무효’ 전국민서명운동에 이름을 적어넣었다.

연설을 마친 정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남항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소란이 일었다.시장 안의 스피커에선 “지금 정치적 목적으로 시장에 무단 출입하신 민주당은 당장 밖으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수차례 반복됐고 여기저기서 “장사도 못하게 지금 뭐하는 거냐”는 원성이 터져나왔다.지지 정당에 관계 없이 정치인에 대한 불만도 들렸다.생선 가판대를 운영하는 조모씨(49)는 “국민을 위한다면 국회서 쌈질도 안해야지 장사도 못하게 이게 뭐하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다.

남항시장을 돌면서 정 대표는 배추 두포기,돼지고기 한근,족발 만원어치 등을 구입했다.이어 서면 롯데백화점 지하상가로 이동해 부산 시민들에게 ‘언론악법 원천무효’ 홍보물을 배포했다.정세균 대표는 영도에서 시위를 마친 뒤 “계란 세례를 준비한다는 말도 들리길래 여벌옷까지 챙겼지만 생각보다 반대여론이 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 등 투쟁위는 2일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도 거리시위를 이어갔다.민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언론 5적’으로 규정한 이윤성 국회부의장(인천),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경기 의왕 과천),고흥길 문방위원장(성남 분당),나경원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서울 중구) 등의 지역구에서도 가두시위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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