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주택관련 지표에 비춰볼 때 미국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세로 돌아설 조짐이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일단 매매가 늘고 있습니다.전국적으로 6월 기존 주택 매매가 1월에 비해 9%(계절 조정) 증가했습니다.같은 기간 신규 주택 판매도 17% 증가했고요.매매가 증가한 이유는 주택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입니다.

미 주택가격은 2006년 최고 수준 대비 3분 1 가량 급락했습니다.통화 당국의 양적 완화정책으로 인해 모기지(주택 담보대출)금리가 떨어진 점과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금 혜택(8000달러 세액 공제)도 주택 매수세를 촉발시킨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지난 5월 중 주택 가격(중간 가격)도 2006년 6월이후 소폭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시장 전망입니다.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모기지를 제때 갚지 못하는 가구주들이 늘면 주택 압류가 당분간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압류된 주택은 싼 값에 시장에 매물로 나와 주택 가격을 떨어트리게 됩니다.주택 가격 하락은 주택 매수세를 위축시키게 될 것입니다.또 11월 30일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제 혜택이 끝나면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 지 지켜봐야 합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반면 75만 달러가 넘는 고가 주택 시장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습니다.매물은 나오는데도 매수자가 없기 때문입니다.대부분의 지역에서 고가 주택들은 1999년 수준의 가격을 제시해도 주택이 팔리지 않을 정도입니다.고가 주택은 전체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높지 않지만 이들이 소비를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고가 주택 시장 침체는 미국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한편 전반적인 주택 시장의 회복세에 힘입어 6월 중 미국의 건설지출은 전월 대비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입니다.

소비보다는 생산활도잉 미국 경제 회복 주도할 듯

주택 시장 침체로 4조 달러의 자산을 잃은 탓에 미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좀체 열지 않고 있습니다.생필품 중심으로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대신 저축을 늘리고 있습니다.게다가 예전처럼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소비가 활성화되려면 실업자가 줄고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되는 것은 그동안 지나치게 몸을 사렸던 제조업체들이 앞으로는 생산을 늘릴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미국 대기업들은 작년 신용위기가 터진 뒤,대규모로 인력을 감축한 데 이어 재고를 확 줄였습니다.재고 보유에 따른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인데요.

그런데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다시 재고비축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이렇게 되면 생산이 늘고 다시 고용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특히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디트로이트 자동차 3사는 앞으로 생산을 늘리면서 경기 회복을 이끌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다만 소비자들이 계속 소비를 꺼리면 제조업체들도 다시 보수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