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투어가 생존을 위해 남자 대회를 관장하는 PGA투어 산하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LPGA는 내년도 대회 수가 올해의 절반으로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선수들의 반발로 캐롤린 비벤스 커미셔너가 중도 하차한 이후 선장잃은 배처럼 표류하고 있다. 임시 커미셔너인 마르티 에반스는 '계투요원'에 불과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후임 커미셔너 물망에 오른 나이키골프의 신디 데이비스 회장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여자프로농구(WNBA)의 도나 오렌더 회장도 "현직에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LPGA 투어를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묘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PGA투어와 합치는 통합설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칼럼니스트인 론 시락은 '골프월드'에 기고한 글에서 "양대 투어가 서로 스케줄을 조정해서 LPGA는 PGA가 TV로 중계되기 이전인 일요일 오후 3시나 토요일에 대회를 마치게 하거나 남녀공학처럼 공동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전에도 PGA투어가 LPGA투어의 운영을 지원하는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었다.

59년의 역사를 가진 LPGA투어는 선수들이 주인이고 선수이사회와 직원들이 운영하는 구조다. 비영리법인으로 투어를 팔 수 없도록 돼 있으나 그 운영권은 다른 조직에 맡길 수 있다.

PGA투어는 LPGA투어 운영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PGA는 언제라도 LPGA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용의가 있다고 언론들에 밝혔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 회사로 LPGA 대회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IMG와 옥타곤(Octagon) 등은 PGA의 LPGA 운영권 접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브로커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상태다. IMG와 옥타곤은 대회 수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격감한 상태라 이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LPGA 측은 "선수들의 연합체인 구조에 만족하고 있다. 이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LPGA투어 내부에서도 PGA와 공조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향후 투어 내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